(제주 서귀포=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CJ 같은 대기업이 굳이 서귀포 시골마을까지 찾아온 이유가 뭘까요? 저희가 고집스럽게 우리 고유의 다른 맛을 지켜냈기 때문이죠. 그 다른 맛을 인정하는 것이 바로 상생 아닐까요. 그 맛을 CJ가 알아봐줬으니 너무 고맙죠.”
제주에서만 자라는 푸른콩으로 만든 전통된장인 ‘제주푸른콩장’을 만드는 한라산청정촌 농장의 김민수 농부는 지난 2015년 시작된 CJ푸드빌과의 인연 자체가 ‘상생의 맛’이라고 표현했다.
현재 CJ푸드빌은 한식 패밀리 레스토랑 ‘계절밥상’을 통해 전국 각지의 농가들과 협의해 국내산 제철 재료를 바탕으로 한 신메뉴를 속속 선보인다.
특히 올봄에는 ‘맛의 방주(Ark of Taste)’ 대한민국 1호로 등재된 이 농장의 제주푸른콩장을 활용한 돼지 직화구이 메뉴를 선보여 인기를 얻고 있다. 맛의 방주란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식품이나 종자를 찾아 기록하는 프로젝트로, 비영리기구인 ‘국제슬로푸드’가 엄선해 지정하고 있다.
김 농부의 어머니인 양정옥 여사(한라산청정촌 창업자)는 제주 푸른콩된장으로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하는 ‘전통식품 명인(제75호)’ 반열에까지 올랐다. 양 여사가 어려서부터 얘기하던 ‘푸린독색이콩(푸른녹색콩의 제주 방언)’이 이처럼 국내외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을 줄은 그저 생계를 위해 푸른콩 농사에 나선 그도 당시엔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노란 메주콩이 아니라 제주에서만 나는 토종 종자인 푸른콩으로 메주를 띄워 만들어낸 장맛에 전국의 미식가들과 세계인들은 어느새 매료됐다. 희한하게도 이 농장 숙성실에서 익어가는 수십 개의 제주푸른콩장 장독에서는 흔히 코를 찌르는 매캐한 된장 냄새가 아니라 구수하고 단맛이 배인 기분 좋은 향기가 났다.
콩 껍질 색깔부터 녹색인 제주 푸른콩장은 전분질이 많고 연한 단맛을 낸다. 일본의 미소된장과 우리나라의 전통된장의 중간 정도의 맛을 지닌 제주푸른콩장은 된장이 익숙지 않은 어린이와 외국인에게도 거부감이 적을 수밖에 없다.
농장 뒤로 약 3000평 규모의 밭에서 푸른콩을 직접 키우는 김 농부는 “20여년 전 서귀포에는 돈이 되는 감귤농장이 대거 들어서면서 제주푸른콩밭은 되레 설 자리를 잃게 됐다”면서 “그런 제주푸른콩이 이제는 친환경·우리 고유의 맛으로 인정받고 있어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단지 수익성만 고려한다면 제주푸른콩처럼 우리 농산물이나 토종 희귀작물 사용을 고집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계절밥상을 통해 우리 농가와 소비자를 연결하고 외식사업에 근간이 되는 농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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