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제헌의회를 통한 헌법 개정 절차를 공식으로 개시했다고 관영 통신 AVN이 보도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친정부 집회에서 제헌의회 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세부 절차를 담은 포고령에 서명했다. 포고령은 집회 이후 선거관리위원회에 전달됐다.
마두로 대통령은 친정부 지지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새 헌법을 쓰기 위한 제헌의회는 노동자와 학생, 장애인, 원주민, 은퇴자, 기업 등을 대표하는 각계 대표와 364명의 지방자치단체 대표 등 540명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헌의회에 참여할 대표 후보자의 기준에 대해 베네수엘라의 18세 이상 시민이어야 하며, 선관위에 등록돼 있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제헌의회 대표는 영토와 부문별 안배와 함께 보편·비밀 선거를 통해 선출될 것"이라며 "이보다 더 나은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경제 실정 등을 이유로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지난달부터 이어지자 이달 1일 헌법개정을 위한 제헌의회 구성 카드를 꺼내 들었다.
우파 야권 연합 국민연합회의(MUD)는 마두로 대통령의 개헌카드를 자유선거를 피한 채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책략이라고 반발하며 제헌의회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마두로 진영 내에서 일부 반발 기류도 감지된다. 다닐로 모히카 대법관은 "한 달 넘게 정국 혼란이 깊어지는 와중에 헌법을 개정하려는 시도는 적절한 대응 방법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대법원은 친정부 성향의 판결로 야권의 반발을 사왔다.
경제난에 허덕이는 베네수엘라에선 반정부 시위가 지난달 초부터 8주째 이어지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는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과 조기선거 실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시위와 혼란을 틈탄 약탈 등으로 숨진 사람만 지금까지 최소 53명으로 늘었고, 부상자도 수백 명에 이른다.
마두로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의 석유 이권을 노리는 미국의 물밑 지원을 받는 야권이 식품과 생필품난 해소 등 경제난과 정국 혼란 해소에는 협조하지 않은 채 정부 전복과 권력 찬탈에만 열중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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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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