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류태웅 기자= "같이 어울려도 될까요?"
지난 22일 저녁 6시. 퇴근 전 동국제강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다트 게임을 즐기고 있을 때, 장선익 비전팀 이사가 등장했다. 그는 자연스레 게임에 합류해도 되겠느냐고 묻곤, 소매를 풀었다.
장 이사는 다트에 일가견이 있다고 한다. 서투른 직원에게는 직접 시범을 보여주며 폼을 잡아줄 정도다.
게임이 고조될 무렵, 장선익 이사가 양손에 음료를 들고 왔다. 긴장을 풀라면서 이를 건넸다.
당시 상황을 지켜본 한 직원은 "회사 내부에서 다트를 하는 것도 특별하지만 상대가 오너 이사여서 색달랐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말 동국제강은 사내에 다트룸을 설치했다. 직원들간 '소통과 화합의 장'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이는 장 이사의 삼촌인 장세욱 부회장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이후 장 이사는 때때로 다트룸에 들러 직원들과 교류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 장선익 이사는 1982년생으로, 다트를 즐기는 젊은 직원들과 나이대가 비슷하다.
다만 이는 장선익 이사의 성품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변화다. 장 이사는 아버지인 장세주 회장처럼 다소 낯을 가리고, 겸손하면서 조용한 스타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장차 회사 경영권을 물려받을 장선익 이사가 포용에 나선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동국제강 오너가의 탈권위적인 모습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장세욱 부회장은 2015년에 이어 2016년에도 수행원을 거느리지 않은 채 신당꿈지역아동센터를 몰래 방문했다고 한다.
장 부회장은 그 자리에서 지갑에 든 현금을 모두 꺼내 센터에 기부했다. "피자를 시켜달라"는 아이들의 요구도 들어줬다. 배가 부를 만큼 많은 양을 주문해 주었다고 한다. 친근한 동네 아저씨 역할을 한 셈이다.
장세욱 부회장은 원래 정이 많고, 아이들을 좋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안팎에서는 동국제강이 철강업계에서 드물게 오너가인 만큼, 보다 '스킨쉽 문화'에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월급쟁이 사장이 아니라 회사를 소유하고 경영하는 오너가이기 때문에 행보에 거침이 없고, 자신감이 넘친다는 것이다.
특히 1956년부터 이어져 내려온 회사 역사에다, '노사화합' 등 인력을 중시하는 선대의 DNA가 흐르는 것도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동국제강 관계자는 "외부에서 볼 때는 오너가와 자연스레 어울리며 생활하는 것이 특이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직원들은 이를 당연하게 생각한다"면서 "동국제강이 한 때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정상화돼 가는 것은 이런 오너가와 직원들간의 신뢰가 밑바탕이 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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