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문재인정부의 상징이 된 소통과 탈권위 행보를 보여줬다.
문 대통령은 이날 종전의 수석보좌관회의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의 파격적인 운영을 예고했다.
과거 경직된 분위기에서 진행된 수석·보좌관 회의를 대통령과 참모가 다양한 의제를 격의 없이 토론하는 장으로 만들고 '선토론 후결론'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회의 내내 맹목적인 받아쓰기도 없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종이 문서는 지양하고 노트북 회의와 함께 참여정부 시절 업무시스템인 'e-지원'을 업그레이드해 사용해 전자문서화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임종석 비서실장이 "대통령님 지시사항에 이견을 제시할 수 있느냐"고 묻자 "대통령 지시에 대해 이견을 제기하는 것은 해도 되느냐가 아니라 해야 할 의무"라고 못 박고, "잘못된 방향에 대해 한 번은 바로잡을 수 있는 최초의 계기가 여기인데, 그때 다들 입을 닫아버리면 잘못된 지시가 나가버린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수석·보좌관 회의는 대통령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자리가 아니다. 대통령이 이 회의를 지시사항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 소통하고 공유하고 결정하는 자리다. 여기서 격의 없는 토론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시는 그렇게 못한다"고 강조했다.
전병헌 정무수석이 "소수의견을 내도 됩니까"라고 웃으며 묻자 문 대통령은 "황당한 의견이 나와도 좋다. 반대의견이 있었다는 것도 함께 (보도에) 나가도 좋다"고 즉답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임 비서실장을 임명하면서 “청와대를 젊은 청와대, 역동적이고 탈권위적인, 군림하지 않는 청와대로 만들 생각”이라며 “참모들끼리 서로 토론하고 치열하게 일하는 청와대 문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수석이 다 파악하지 못하는 게 있을 수 있다"며 "회의는 미리 정해진 결론이 없고 회의 안건들을 다루는 주무비서관을 함께 참여시켜서 직접 설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을 것"이라면서 “배석한 비서관들도 언제든지 발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의 참모가 아니라 국민의 참모라는 생각으로 자유롭게 말씀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향후 국무회의도 이같은 기조로 진행할 것임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매주 월요일 오후와 목요일 오전에 정례적으로 수석보좌관 회의를 열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월요일 오전에 회의하면 실무진이 일요일 특별근무를 하게 되니 월요일은 오후에 하겠다"며 "당분간은 제가 주재하고, 정착되면 한 번은 제가 하고 한 번은 비서실장이 주재하도록 하고 비서실장도 안 되면 정책실장께서 하시면 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날마다 오전 9시 10분쯤 임종석 비서실장 등 비서진과 '티타임'을 갖고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항상 이 시간에 참모들과 대화를 나눈다. 그날 잡힌 일정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그날 처리해야 할 의제를 점검하는 시간이라고 한다.
청와대 춘추관 관계자는 "9시 10분 티타임은 지시사항 전달이 아니라 의견을 주고받는 시간"이라며 "지금까지 발표된 모든 업무지시는 이런 식의 대화와 토론을 통해 다듬고, 숙려 과정을 거쳤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안건으로 보고된 특수활동비 개선방안과 관련해 청와대에 있으면서 소요되는 가족 생활비를 대통령 봉급으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관저 운영비나 생활비도 특수활동비로 처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통령 부부의 식대와 개, 고양이 사료값 등 명확히 가능한 것은 별도로 내가 부담하는 것이 맞다”면서 “그래도 주거비는 들지 않으니 감사한 일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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