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산정한 복합선행지표(CLI)를 보면 지난 3월 미국의 CLI는 99.8로 꾸준한 상승세다. 지난해 8월만 해도 99.1 수준이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CLI는 OECD가 매월 세계 경기를 진단하고 6개월 후를 예측하는 지표다. 경기의 조기 신호를 파악하는데 유용하다.
최근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들은 다소 부진했다. 지난 주말 발표된 4월 근원물가(1.9%)가 2015년 10월 이후 처음 2%를 밑돌았다. 그런데도 올 1분기 미국 CLI가 상승 국면인 것은 경기 회복 흐름이 여전히 안정적이란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 연준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은 충분해졌다. 따라서 오는 6월과 9월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연말에는 보유자산을 줄이는 자산축소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연준이 보유자산을 축소하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에서 자본이 유출되고, 미국으로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흥국 입장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가면 금리를 올릴 유인이 커진다.
따라서 최근 서울채권시장의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금리 상승(가격 하락)에 대한 시장의 인식이 점차 강해져 채권을 내다파는 분위기가 더 우위에 있다.
채권금리 상승은 채권가격 하락(채권 약세)을 의미한다. 지난 15일 기준으로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전거래일과 비교해 1.2bp(1bp=0.01%포인트) 상승한 2.301%에 마감했다.
외국인의 매수세 등에 장중 대부분 강세를 보였지만, 장 막판 금리가 다시 올랐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오전만 해도 1.6%대로 내려갔다가 결국 1.710%에 마감했다. 시장의 전반적인 심리가 악화된 모습이다.
여기에 새 정부의 등장도 채권시장에는 악재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부터 가계부채 총량관리제 등을 통해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전 정부는 기준금리를 수차례 인하하고 부동산 규제를 대거 풀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시장금리가 당분간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의지도 금리 상승을 부추긴다. 큰 폭의 재정지출은 적자국채 발행 가능성을 높여 채권 공급물량 확대와 가격 하락(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떄문이다.
금융권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기정 사실화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까지 더해져 시장금리 레벨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시장의 유동성 감소로 이어지고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도 조정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다. 신흥국 전체가 안고 있는 공통점이다.
따라서 시장이 단기적으로 회복된다고 섣불리 투자에 나서면 안 된다. 특히 대출을 받아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국내기업이나 지수에 연동되는 파생상품의 비중을 줄이고 기대수익을 낮춰야 한다. 물론 시장의 조정으로 수혜를 볼 수 있는 부동산 부실채권(NPL)에는 주목해야 한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안정적인 수익형 임대부동산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달러와 유로화의 투자비중을 늘리는 것도 최근 시장 흐름에 적합한 투자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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