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굿바이 다리(大理)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7-05-28 11:22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윈난성 다리 얼하이호 전경[사진=웨이보]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2년 전쯤 여름 휴가로 중국인의 ‘힐링 관광지’로 유명한 윈난(雲南)성 다리(大理)에 놀러간 적이 있다. 이곳에는 중국에서 일곱 번째로 큰 호수가 있다. 사람의 귀 모양을 닮은 호수가 바다처럼 넓다 해서 ‘얼하이(洱海)’호라고 부른다. 남북으로 약 42㎞, 동서로는 8㎞ 정도 길이로, 면적은 250㎢에 이른다. 자전거를 타고 얼하이 호수 주위를 달리는 것은 다리 여행의 별미다. 자전거를 타다 힘들면 호숫가 노천 커피숍에 들러 커피 한잔 마시는 여유도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올 여름 다리를 방문하는 배낭여행객들은 호수 주변을 자전거로 달리며 힐링하는 사치는 누릴 수 없게 됐다. 얼하이호가 수질 오염에 몸살을 앓으면서다. 지난 한해 얼하이호에는 무려 3개월간 녹조 현상이 이어졌다. 심각한 녹조 현상은 올 들어서도 끊이질 않았다.

이에 다리시 정부는 호숫가 주변에 대한 대대적인 ‘청소’작업에 돌입했다. 호숫가의 레스토랑, 펜션, 카페 대다수가 문을 닫았고, 이제 얼하이 호숫가는 유령도시처럼 변해버렸다. 중국의 한 언론은 ‘굿바이 다리’라고 아쉬워했다.

슝안신구 인근에서 발견된 독극물 호수. [사진=웨이보]


얼하이호는 중국 수질오염의 빙산의 일각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야심작으로 추진되는 국가급 특구인 슝안(雄安)신구 사업에 ‘먹칠’을 한 것도 수질오염이었다. 슝안신구 개발계획을 발표하자마자 이곳서 100㎞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썩은물 호수 2곳이 발견된 것. 호수 2곳의 면적을 합치면 족히 축구장 46개 넓이는 된다. 사진 속에서 바라본 호수는 황색·적색·갈색·녹청색·검은색까지, 그야말로 오색찬란한 빛깔을 띤다. 인근 공장에서 몰래 배출한 오수에 함유된 각종 오염물질이 고이고 고여 거대한 '독극물 호수'를 형성한 것이다.

그만큼 중국의 수질오염은 심각하다. 중국의 80% 지하수가 심각하게 오염된 상태고, 중국인의 70%가 오염된 물을 그대로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눈에 쉽게 보이는 스모그보다 수질오염이 더 심각하다고 보는 이유다.

중국은 2012년 18차 당대회때 '생태문명건설'이라는 개념을 당장에 처음 삽입하는 등 '아름다운 중국' 건설에 주력해왔다. 얼마 전 중국 공산당 최고 수뇌부가 모인 집체학습의 주제도 생태환경 보호였다. 이 자리에서 시진핑 주석은 "자연을 훼손하는 것은 곧 인류 자신을 해치는 것"이라며 "하늘은 더 파랗게, 산은 더 푸르게, 물은 더 깨끗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스모그도 그렇고, 독극물 호수도 그렇고. '아름다운 중국'을 건설하기까지는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