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대행 맡고 업무보고 받고…유일호, 조용하지만 바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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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29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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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국무위원이지만 새 정부 정책을 최일선에서 지원 눈길
가시적 성과보단 세심한 위기 관리 능력 발휘했다는 평가 받아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조용하지만 분주하게 임기 막바지를 보내고 있다.

29일 기재부에 따르면 유 부총리는 최근 정부세종청사 대신 주로 정부서울청사에 출퇴근하며 업무를 보고 있다.

유 부총리의 공식 직위는 현재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다.

9일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고 이틀 뒤인 11일 황교안 국무총리의 사표가 수리됐지만,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선 절차가 아직 마무리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유 부총리는 이후 황 전 총리가 주재하던 국무회의를 대신 주재하고 있다.

그는 황 전 총리의 사표가 수리된 날 오후 국무회의를 주재해 정책실장을 부활하고 일자리 수석을 신설하는 내용의 청와대 직제개편안을 상정해 처리했다.

16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1호 업무지시로 내린 일자리위원회 설치 안과 문재인 정부 5년간 국정 운영의 밑그림을 그릴 국가기획자문위원회 설치 안을 심의·의결했다.

23일에도 축산관계자가 가축전염병 발생 국가에서 입국하면서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게 하는 내용의 가축전염병 예방법 시행령 개정령안을 심의·의결하는 등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법률안을 심의하는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기재부 내부 업무 보고도 계속해서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이 대선 당시 약속한 10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주무 부처가 기재부 이기 때문이다.

잇따라 출범한 일자리위원회, 국정기획자문위원회도 기재부에 요청하는 업무가 많다.

유 부총리는 각 기재부 실·국이 보고를 하기 전에 보고서를 마지막으로 검토한다.

유 부총리가 최종 '오케이' 사인을 내려야만 기재부 실·국도 청와대나 국정기획자문위, 일자리위에 보고를한다.

이 때문에 유 부총리가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국무위원임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을 최일선에서 지원하는 모양새다.

직무대행 업무나 내부 보고 이외에 유 부총리의 공식 일정은 부쩍 줄었다.

이전에는 일주일에 공개 일정 10개가량을 소화하기도 했으나 최근 1∼2개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난주에도 23일 국무회의, 26일 문 대통령과의 오찬 간담회 말고 별다른 공개 일정이 없었다.

이번 주에도 30일 국무회의 이외에는 별다른 외부 일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새 부총리 후보자로 김동연 아주대 총장이 지명되며 유 부총리도 1년 4개월에 걸친 경제사령탑 임기 마지막을 바로 눈앞에 두게 됐다.

한국조세연구원장, 18·19대 국회의원 출신인 유 부총리는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후임이자 박근혜 정부 3기 경제사령탑으로 지난해 1월부터 부총리를 지냈다.

유일호호(號)의 항해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출범하자마자 유일호 경제팀 앞에는 극심한 수출 부진, 북한의 4차 핵실험, 미국·중국 등 주요 2개국(G2) 리스크 등 온갖 악재가 쏟아졌다.

이후 조선·해운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 사태, 물류 대란이 빚어졌고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북한의 5차 핵실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 등 예상치 못한 대외 충격도 수차례 겪어야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정부가 최순실 리스크 돌파를 위해 개각 카드를 꺼내 들며 유 부총리가 교체 대상이 되기도 했다가 야당의 반발로 개각이 무산돼 자리를 지키는 '해프닝'도 겪었다.

유 부총리를 두고 일부는 무색무취해 한국 경제를 이끌만한 강력한 카리스마가 부족했다고도 지적한다.

전임 최경환 부총리와 달리 유일호표 정책은 딱히 떠올리기 힘들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끊이지 않는 위기 속에서도 지난해 한국 경제가 예상보다 좋은 2.8% 성장을 일궈낸 것은 한 가지 방법만 고집하지 않고 쏟아지는 비판도 수용한 유 부총리 특유의 유연함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있다.

가시적인 성과는 내놓지 않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세심한 위기 관리 능력을 발휘했다는 평도 나온다.

유 부총리는 어렵게 살린 경제 불씨를 살리는 데 임기 막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선 이후인 지난 10일 기재부 1급 이상 간부를 소집한 자리에서 "지속적이고 세심한 경제 운용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며 "새 정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경제 회복의 온기가 식지 않도록 우리 기재부가 중심을 잡고 경제 정책을 차질 없이 운영해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porque@yna.co.kr

(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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