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대전) 모석봉 기자 = 등산을 즐기는 어르신들이 늘기는 했지만 최근에는 제주 올레길, 대청호 둘레길처럼 지역마다 각자의 개성을 살린 트레킹 코스들이 개발되면서 자연을 벗 삼아 걷는 것이 자연스러운 취미생활이 됐다.
어르신들이 많이 걷게 되면서 걸을 때 느끼는 통증 또는 불편한 느낌에 대해 금방 인지하고 병원에 오시는 일도 빈번해졌다.
걸을 때 아픈 이유는 많은데, 그 중 하나가 척추협착증이다. 척추협착증에 대해 유성선병원 정형외과 김석원 과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 척추협착증은 신경이 지나가는 척추관이 좁아져 생기는 질환
척추협착증은 척추신경이 지나가는 척추관이라는 공간이 좁아진 것을 말한다. 진료를 하다 보면 디스크협착증이라는 말을 환자들에게 많이 듣는데, 이것은 옳은 표현은 아니다. 우리가 디스크라고 부르는 질병은 협착증과는 다르다.
디스크는 ‘추간판탈출증’이 정확한 병명인데, 흔히 디스크라 불리는 추간판이 돌출되거나 터져 나와 추간판 내 수핵이라는 조직이 척추신경을 압박해 허리, 엉치, 다리 등에 통증을 일으키는 병이다.
물론 터져 나온 추간판에 의해 일부 협착이 있을 수는 있지만 협착, 즉 좁아진 것에 의한 통증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신경을 압박하고 있는 조직에서 염증이 생기면서 발생하는 통증이며 피부에 종기같은 염증이 생기면 발생하는 통증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디스크는 초기에 염증을 줄이는 소염제를 복용하고, 신경주사치료 등 염증과 통증을 완화할 수 있는 치료를 하면 튀어나온 조직이 점차 흡수돼 회복될 수 있다. 물론 터져 나온 조직이 많아서 흡수가 되지 않는 경우에는 염증이 지속되기 때문에 수술적 치료로 제거해야 한다.
반면 척추협착증은 척추 내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좁아져 신경이 눌리면서 이에 따른 여러 가지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척추협착증은 가만히 누워 있거나 앉아 있으면 별 증상이 없다가도, 오래 서 있거나 걷게 되면 점차 압박이 심해져 다리가 무겁고 터질 듯이 아픈 신경성 파행이라는 증상이 나타난다.
또 허리를 구부리거나 앞으로 숙이거나 눕는 등의 휴식을 취하면 사라지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신경의 압박이 덜해지도록 하는 치료를 한다. 척추신경으로 가는 혈류를 늘려주는 약물을 복용하도록 하고, 풍선확장술 같은 시술을 이용해 척추관을 넓히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물론 협착증에서도 어느 정도의 염증은 동반되어 있기 때문에 신경주사치료나 소염제도 효과가 있다. 그러나 추간판탈출증에서와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고, 통증이 짧은 시간 내에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대략 한 번에 쉬지 않고 500m, 또는 30분을 걷지 못하는 경우를 심한 협착증이라고 보며, 이런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권한다. 심한 협착증에서 좁아진 척추관을 넓힐 수 있는 방법은 수술 밖에 없다.
◆ 척추감압술 및 유합술이 일반적이지만 최근 내시경 수술도 각광
척추협착증의 수술적 치료는 전신마취 하에 시행하는 척추감압술 및 유합술이 일반적인 방법이다.
흔히 ‘척추에 나사를 박는 수술이다’고 말하는데, 나사를 삽입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협착증을 일으키는 구조물들을 제거하면 위아래 척추 사이의 연결이 소실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사를 이용해 고정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두 척추가 하나의 척추가 되도록 유합하는 것이다. 이 수술은 결과가 확실하고 근본적 치료가 가능하지만, 척추가 유합되는 시간만큼 보조기와 재활치료가 오래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에는 척추내시경을 이용하여 척추협착증을 치료하고 있다. 내시경을 이용한 척추질환의 치료는 전신마취 없이 1cm 미만의 절개로 이루어지므로 통증이 적고, 재활치료가 필요 없는 좋은 치료지만 대부분 디스크에 국한돼 사용됐다.
내시경으로는 디스크를 제거할 수 있는 정도의 작은 기구나 레이저 장비만을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 ‘PSLD(최소상처 척추내시경 신경감압술)’라는 내시경 수술법이 개발되면서 내시경을 통해 척추뼈의 일부를 제거하고 두꺼워진 인대, 염증 조직, 디스크를 한 번에 제거할 수 있게 됐다.
내시경을 이용하면 이전에 사용하던 현미경보다도 더 나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어 수술이 보다 안전하고 정교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이 내시경을 이용하여 기존의 내시경으로는 제거가 불가능할 정도로 심한 디스크도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PSLD 내시경 치료 역시 재활이 필요하지 않아 수술 후 2-3일이면 걸어서 퇴원할 수 있다.
PSLD 내시경 치료는 협착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좋은 치료법임은 분명하지만 모든 협착증에 적용할 수는 없다. MRI 검사를 통해 협착증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현재의 협착증의 정도를 정확하게 알아야 치료가 가능한지를 알 수 있다.
아직 국내에 PSLD 척추내시경 치료를 시행하고 있는 병원이 많지 않고, 다른 치료법들과 혼동하는 경우가 많아서 내원하기 전에 치료가 가능한지 문의해보는 것이 좋다.
◆ 올바른 자세와 걷기, 수영 등의 근육강화 운동 예방에 도움
척추협착증을 예방하려면 우선 척추에 무게가 집중돼 무리가 가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무거운 것을 나르거나 허리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을 삼가야 하며, 척추로 가는 무게를 줄이기 위해 체중을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앉거나 설 때 척추 자세를 올바르게 유지해야 하고, 걷기 운동과 수영 등을 규칙적으로 시행해 허리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