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차이나 박은주 기자 = '차이나 드림'을 꿈꾸며 호기롭게 중국의 축구리그에 도전장을 던진 한국의 스타 감독들이 줄줄이 한국행 짐을 싸고 있다.
이장수 감독, 임종헌 감독에 이어 홍명보 감독도 지휘봉을 내려 놓으면서 한국인 사령탑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중국에서의 '축구 한류'가 사그라들고 있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왕이(網易) 등 중국 매체들은 지난달 27일 홍명보 감독이 중국 프로축구 갑급리그(2부리그) 항저우 뤼청의 감독직을 사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중국 매체들은 홍 감독과 항저우의 결별에는 구단 고위층의 선수단 운영 간섭과 성적 부진 등 갈등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항저우 사령탑으로 부임한 홍 감독은 슈퍼리그 내에서 유소년 육성에 전념해 축구 유망주를 양산하는 항저우 구단 시스템에 매료됐다. 그는 젊은 선수들을 키워 팀을 재건하겠다는 일념으로 2부리그에 내려와서도 계속 팀을 지도했다.
성적 하락에도 홍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며 두터운 신뢰를 보이던 항저우가 태도를 바꾼건 올 시즌 들어 구단 고위층이 바뀌면서 부터다. 새로운 구단 고위층은 유소년 정책을 강조하면서 선수 선발이나 팀 운영에 간섭을 일삼아 홍 감독과 갈등을 빚었다.
이런 가운데 항저우가 지역 내 라이벌인 저장 이텅과의 경기에서 0-2로 진 데 이어 칭다오 황하이에게 0-4로 대패하자 구단 측에서 감독 교체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당시 홍 감독이 구단 훈련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자 사퇴설이 불거졌고, 위약금 문제 협상 때문에 구단의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사퇴 소식이 전해지자 홍 감독은 성명서를 통해 "구단의 유소년 육성 정책은 뜻은 좋지만 방식이 잘못됐다"며 비판했다. 홍 감독은 1월 전지훈련 후 2월에야 20세 선수 10명을 1군에 무조건 기용해야 한다는 구단의 정책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계속 감독직을 맡더라도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구단과의 마지막 협상 자리에서 확인했다"면서 "그래서 힘든 결정이지만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항저우는 올 시즌 4승 2무 4패(승점 14)로 리그 16개 팀 중 10위에 머물러 있다.
홍 감독의 사퇴로 중국 리그에 진출한 나머지 한국 스타 감독들의 입지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홍 감독에 앞서 2부리그 소속 윈난 리장을 이끌던 임종헌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놨으며, 창춘 야타이 이장수 감독도 지난달 리그 5라운드를 마치고 경질됐다. 이로써 한 시즌에 3명의 한국 감독이 중국 축구 리그를 떠나게 된 것이다.
현재 중국 리그에 남아있는 감독들 역시 부진의 늪에 빠져 고전하고 있다.
장쑤 쑤닝의 최용수 감독도 계속된 부진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 시즌 리그 준우승팀인 장쑤가 올 시즌 리그 초반 2무 4패에 그치자 '최 감독 경질설'이 터져 나왔다.
쑤닝그룹의 장진둥(張進東) 회장이 직접 최 감독을 재신임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장쑤는 현재 1승 4무 5패(승점 7)로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슈퍼리그 순위표에서 장쑤 바로 위는 박태하 감독이 이끄는 옌볜 푸더(승점 7)다. 박 감독은 팀을 슈퍼리그로 승격시킨 뒤 지난 시즌 잔류까지 성공했지만, 올 시즌 주요 공격 전술인 역습 루트가 다른 팀에 노출되면서 고전하고 있다.
리그 중위권까지 올라갔던 장외룡 감독의 충칭 리판도 최근 3연패를 당하며 2승 4무 4패(승점 10)로 12위까지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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