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사 124곳 증자 난항에 애간장

아주경제 김은경 기자 = 코스닥 상장사 100여곳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가 일정에 차질을 빚어 투자자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이런 회사들은 대부분 재무적 상황이 좋지 못하고 과거에도 공시 번복 사례가 잦았다.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된 곳도 적지 않아 투자에 주의가 요구된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는 올해 들어 26일까지 187차례에 걸쳐 유상증자를 결정했고, 이 가운데 정정 공시를 낸 사례는 전체의 66% 이상인 124건에 달했다.

변경 공시를 낸 사유를 보면 유상증자 납입일을 연기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일부 상장사의 경우 애초 공시했던 것보다 증자 규모를 줄이거나 3자배정 유상증자 결정을 철회한 사례도 있었다.

예를 들어 코스닥 상장사 씨엔플러스는 유상증자 납입일을 이달 26일에서 다음달 30일로 연기했다. 이 회사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자금 70억원이 들어오기로 한 당일에 납입일을 변경했다. 씨엔플러스는 올해 상반기 44억원 규모의 영업손실, 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 경영에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

같은 날 이매진아시아도 지난해 10월 발표한 3자배정 유상증자와 관련해 납입일을 7월로 연기한다고 공시했다. 증자 규모도 299억원에서 178억원으로 줄인다고 정정했다. 회사 측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 결정 대상자인 한 명에게 배정된 수량이 전량 미청약됐다"며 "다른 대상자인 시그니쳐1호조합에만 956만9893주의 신주를 발행한다"고 밝혔다. 이매진아시아 주주게시판에는 유상증자 일정 번복에 실망하는 투자자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보타바이오의 경우 올해 들어서만 8차례에 걸쳐 유상증자 관련 정정공시를 내기도 했다. 이 회사는 올해 초 단일판매공급계약 해지 사실을 번복 공시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투자자들은 유상증자 납입일 연기를 큰 악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자칫하다 증자 자체가 실패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생겨서다. 유상증자는 금융권이나 사채권자로부터 자금을 융통할 때 처럼 이자 지급과 원금 상환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재무상황이 여의치 않은 코스닥 상장사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실제 현진소재는 올해 초 에스엘이노베이션스를 대상으로 5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이달 11일 유상증자를 취소한다고 재공시했다. 현진소재는 유상증자 또는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가 번복해 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 법인 지정 예고 통보를 받았다. 회사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도 지정돼 거래가 정지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개 코스닥 상당수가 유상증자에 나서는 것은 자금 사정이 어려운데 은행에서 신용 문제로 대출을 꺼리기 때문"이라며 "특별한 이유 없이 납입일을 미루는 경우 유상증자가 불발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