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총선 앞두고 양대 정당 주요 정치인 앞다퉈 트럼프 겨냥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부의 "근시안적 정책이 서방 세계를 약화한다"라고 비판했다.
가브리엘 장관은 29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난민·이민자 관련한 국제기구 관계자들과 더불어 회의를 마치고서 한 기자회견과 외교부 보도자료를 통해 "중요한 국가로서 미국의 실패에 관한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슈피겔온라인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특히 대연정 소수당 파트너인 중도좌파 사회민주당 소속 가브리엘 장관은 최근 종료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미국 대(對) 여타 국가의 구도 아래 심각한 갈등을 노출한 것과 관련해선 "G7 정상회의의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유감스럽게도 그것은 세계권력관계의 변화 신호"라고 했다.
G7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변화협약 참여 약속을 미루는 등 갈등의 주요 원인을 제공한 데 대해 "환경보호 약화로 기후변화를 심화하고 분쟁지역에 더 많은 무기를 팔거나, 종교분쟁을 정치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려는 이는 누구라도 유럽의 평화를 위험에 빠뜨리는 사람"이라고도 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또, "미국 정부의 근시안적 정책은 유럽연합(EU) 이익에 반(反)한다"면서 "그 경우 서구는 더 작아지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적어도 더 약화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유럽인들은 더 많은 기후 보호와 더 적은 무기를 위해, 그리고 종교적 광신주의에 맞서 싸워나가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중동과 아프리카는 불안정이 심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해외방문국가로 사우디아라비아를 택한 것이 미국의 무기판매와 관계가 있다는 점을 짚으면서 "얼마나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라고 말하고 "유럽에서 군비축소와 군비통제가 시급하다"라고 덧붙였다.
가브리엘 장관은 아울러 "트럼프 정부가 서구 정책 컨센서스에서 벗어나 정책을 변경하는 바람에 이민 문제의 도전이 커져만 간다"라고 비판하고 "이민, 기후변화, 전쟁 및 정치적·종교적 박해의 문제들이 트럼프 정부의 고립주의 때문에 역시 커져만 간다"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트럼프 정부가 이슬람권 국가 출신 입국자를 막으려는 것과 관련해서는 "오늘날 유럽인들이 그런 정책에 맞서지 않는다면 유럽으로의 이민 행렬은 더 커질 것"이라면서 "미국의 정책에 맞서지 않는 것은 함께 죄를 짓는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이에 앞서 사민당의 라이벌 정당으로서 두 자릿수 격차로 지지율이 앞서는 기독민주당의 당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전날 자매 정당인 기독사회당 정치행사 연설을 통해 미국 트럼프 정부를 더는 전적으로 의지하기가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유럽의 결속을 강조했다.
독일은 오는 9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 쟁점이 점차 부각되는 상황이며, 트럼프 정부의 출범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예고, 프랑스의 새로운 대통령 선출 및 정치 지형 격변 등 국제환경 변화에 따른 외교노선 역시 굵직한 선거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사민당에 비해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동맹 관계를 더 중시하는 메르켈 총리가 전날 트럼프 정부를 겨냥한 발언을 함으로써 독일 정치권과 언론들도 '이것이 단순한 선거전략이냐, 아니면 보다 근본적인 노선 변경의 신호탄이냐'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으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두 가지가 혼재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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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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