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노동단체 CFDT 대표 "개혁 자체에 반대 안해"…새 정부에는 '호재'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노동개혁을 국정 최우선 순위로 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개혁에 유리하지 않은 여론을 어떻게 돌파할지 주목된다.
주요 노조들은 밀어 붙이기식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하면 대규모 시위로 맞설 태세이고, 국민 여론도 노동개혁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기류다.
29일(현지시간)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엘라베가 투표권이 있는 시민 1천59명을 대상으로 한 긴급 여론조사를 보면, 노동시장을 전면 개혁해야 한다는 의견은 44%로 절반이 되지 않았다.
응답자의 50%는 노동시장의 일부 개혁에만 찬성한다고 답했으며, 6%는 현상유지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었다.
또한, 유권자의 56%는 마크롱 정부의 퇴직수당 상한제 도입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퇴직수당 상한제는 마크롱 정부가 제시한 노동개혁안 중 하나로 기업의 해고부담을 줄여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인다는 목적에서 추진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주 주요 노동단체 대표들을 엘리제 궁으로 초청해 협조를 당부한 데 이어 총리와 노동장관이 나서 설득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마크롱 대통령이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베르사유 궁에서 시리아·우크라이나 문제와 북한 핵 개발 등을 놓고 양자 정상회담을 하는 동안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와 뮈리엘 페니코 노동장관은 노동계와 재계 대표들을 잇달아 면담했다.
필리프 총리는 앞서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굳은 결의로 논의를 진전시켜야 한다. 노동개혁은 대통령의 분명한 약속으로 반드시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리는 다만 "많이 생각하고 많이 논의해야 좋은 개혁이다. 열린 자세로 논의해나가겠다"며 노조와 국민을 상대로 한 설득에 진력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노동개혁에 동의하는 재계는 서둘러 추진하라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지만, 노조들은 노동 유연화 논의 자체를 반대하거나, 성급한 법 개정 추진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등 입장이 갈리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프랑스경제인연합회(Medef)의 피에르 가타즈 회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가을엔 실업보험과 직업교육 개편 논의에 착수하고 내년엔 연금개혁도 논의해야 한다. 가을 전까지는 노동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정부는 8월 말까지 대통령 행정명령 형태로 노동법 개정안을 의회의 토론 절차 없이 우회로를 통해 통과시킨 뒤 가을부터 새 법을 발효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노조와 시민사회들은 의회 토론과 사회적 논의를 거치지 않는 개혁 추진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많다.
전임자인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도 주 35시간 근로제에 균열을 가하고 노동 유연성을 확대하는 방안의 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였다가 의회와 노조의 반발에 직면, 당초 계획했던 방안 중 일부를 삭제하는 등 상당한 진통이 있었다.
당시 올랑드 정부의 노동법 개혁안에 대해 국민의 4분의 3이 반대했다.
마크롱 정부의 개혁안은 산별노조에 집중된 노동시간과 임금 등의 근로조건 협상권을 개별 기업에 되돌려주는 등 기업의 주도권을 대폭 확대하는 방향의 근본적 개혁안이라 더 큰 진통이 예상된다.
그러나 노동개혁 추진에 불리한 여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 3월엔 온건 성향의 민주노동동맹(CFDT)이 좌파색채가 뚜렷한 노동총동맹(CGT)을 제치고 프랑스 최대 노동단체 자리를 꿰차는 등 노동계의 역학관계 변화가 있었는데 이는 마크롱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CFDT의 로랑 베르제 위원장은 노동개혁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혀 주목된다.
그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경기순환에 따라 기업의 노동 유연성을 확대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베르제 위원장은 이어 "프랑스 노조가 시위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프랑스 노조들도 변하고 있다"면서도 정부가 성급히 개혁을 밀어붙이지 말고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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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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