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쿠바와 화해 무드 속에 맺은 각종 협정을 폐기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쿠바 관련 소식에 정통한 일간지 '데일리콜러'를 비롯한 미 언론들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대(對)쿠바 금수 해제를 추진해온 미국·쿠바무역경제협의회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오는 6월 마이애미에서 오바마 정부 시절 양국 간 체결한 모든 협정을 폐기한다고 선언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의회에서도 공화당의 쿠바계인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과 민주당의 밥 메넨데스(뉴저지) 상원의원이 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정부는 지난 1월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쿠바와의 관계를 재검토하는 정책 리뷰를 진행해왔다.
트럼프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해 11월 말 트위터를 통해 "쿠바가 국민과 쿠바계 미국인, 미국을 위한 더 나은 협상을 할 의지가 없다면 (오바마 시절) 협정들을 끝내겠다"며 원상복귀를 시사한 바 있다.
앞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쿠바 공산 혁명 지도자인 고(故)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과 지난 2014년 12월 적대관계 청산 및 국교 정상화를 선언했다.
이후 미국은 대통령 행정명령에 기반을 둔 각종 협정을 통해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양국 수도에 대사관을 개설했으며, 여행 및 금융거래 부분 자유화, 우편서비스 재개, 쿠바 직항편 운항 등의 유화 조치를 취해왔다.
국교 정상화 이후에도 난항을 겪어온 쿠바에 대한 금수 조치 해제는 더욱 요원해졌다.
미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은 국교 정상화 이후에도 오바마 정부가 독재자 카스트로에게 일방적인 양보를 하고 있다며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금수조치 해제를 저지해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처럼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 협상이 쿠바에게만 유리한 조건으로 진행돼 왔다는 불만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쿠바가 향후 관계 복원 협상에서 종교와 정치적 자유의 보장, 정치범 석방 등 특정 요구조건이 수용되지 않으면 단교까지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쿠바가 계속 이를 거부한다고 해도 트럼프 정부가 당장 단교를 하지는 않겠지만, 형식적인 외교 관계 이외에 나머지 유화 조치는 모두 없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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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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