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 텍사스 주 의회에서 피난처 도시 금지 법안을 둘러싸고 격렬한 힘 겨루기가 펼쳐졌다.
법안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 등 수백여 명이 의사당을 점거한 채 주의회의 회기내 법안 처리를 물리력으로 저지하려 했다.
이에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공화당 소속의 한 주의원은 동료 의원을 총으로 쏘겠다고 위협해 실랑이를 격화시켰다.
피난처 도시(sanctuary city)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의 반(反) 이민 정책을 거부하고 불법 체류 이민자를 보호하는 도시를 말한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불법 체류자 체포와 구금에 비협조적인 지방자치단체가 미 전역 118곳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텍사스 주는 이달 7일 그레그 애벗 주지사가 주 전역에 걸쳐 피난처 도시를 금지하는 법안에 전격으로 서명하면서 미국에서 최초로 피난처 도시를 불허하는 주가 됐다.
텍사스 주에 이어 미시시피, 조지아, 테네시 등이 피난처 도시 금지 대열에 합류했다.
피난처 도시 금지법이 9월 1일부터 발효되면 주 자치 경찰과 법집행요원들이 이민세관단속국(ICE) 등 연방 당국의 불법이민자 검거에 의무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연방 차원의 불법체류자 단속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징역형이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텍사스 시민권리 프로젝트 등 시민단체 회원들은 '루차(Lucha·스페인어로 투쟁)'라고 쓰인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의사당 복도를 점거했다.
이들은 'SB-4(애벗 주지사가 서명한 피난처 도시 금지 법안)를 당장 폐기하라'고 외치며 의원들을 압박했다.
텍사스주 의회 지도부는 이날이 이달 정기회기 마지막 날이었으나 일단 정회하고 의회 경비대에 시위대 해산을 요구했다.
시위가 이어지면서 금지 법안에 찬성하는 공화당 소속 주의원들과 이에 반대하는 민주당 주의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공화당 소속 매트 리널디 의원은 민주당 폰초 네바레스 의원을 향해 '총으로 쏴버리겠다'고 고함을 지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주당 의원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거칠게 항의했다.
리널디 의원은 "생명의 위협을 느껴 방어권 차원에서 그렇게 언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의회에 진입한 시위대를 겨냥해 'ICE 요원들을 불러 불법 이민자를 색출해야 한다'는 요구도 서슴지 않았다.
텍사스 주 피난처 도시 금지법을 둘러싼 논란은 곧 법정에서도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켄 팩스턴 텍사스주 검찰총장은 애벗 주지사가 서명한 법안에 따르지 않겠다고 한 일부 지자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반대로 시민단체들은 애벗 주지사가 위헌적 법안에 서명했다며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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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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