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비전 2050]‘정책寶庫’ 비전 2030…2050서 ’엑기스 정책‘ 뽑아 되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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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30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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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현상철 기자 =10여년 전에 작성된 ‘비전 2030’은 발표 당시 정치적으로 외면됐음에도, 이후 정권마다 ‘정책창고’ 역할을 하며 빛을 본 정책이 많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조차 필요성을 인정받아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된 해외 자원개발, 임금피크제,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보고서의 핵심 철학인 ‘동반성장’은 MB정부의 동반성장위원회 출범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허황되고 헛된 꿈’으로 평가받던 보고서가 경제정책 참고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경제가 직면한 문제를 조기에 파악하고, 이를 해결할 큰 줄기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는 아직도 가치있는 정책이 다수 포함돼 있다. 특히 새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기치가 ‘비전2030’의 방향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보고서에 담긴 정책들의 부활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아직은 진흙 속에 있는 정책들··· 여전히 유효

J노믹스(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의 핵심은 단연 일자리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가계소득을 늘려 경제성장으로 이어가는 선순환 구조의 확립이 목표다.

성장일변도였던 경제정책으로 인해 기울어진 ‘성장-복지’ 균형을 맞추겠다는 것인데, 이는 비전 2030의 ‘성장과 복지의 조화’라는 동반성장 패러다임과 맥을 같이한다. 보고서가 제시한 정책들을 꺼내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우선 ‘비정규직 대책’이다. 보고서는 비정규직의 임금이 정규직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며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종합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민간부문을 아우르는 비정규직 고용개선 종합계획 수립과 양질의 일자리로 취업이 가능하도록 교육훈련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뒷받침할 관련 법‧제도 개선도 병행된다.

비정규직 문제는 새 정부가 가장 먼저 추진한 대책이기도 하다. 향후 공공‧민간부문의 비정규직 종합대책‧계획 수립과 법‧제도 개선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중소기업부 출범에 따른 ‘중소기업 지원체계 정비’도 빛을 볼 가능성이 있다. 융자 등 금융지원 중심의 중소기업 지원체계를 경영컨설팅, 기술인력 양성 등 콘텐츠 위주의 지원으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도덕적 해이 방지와 자율책임경영제 확립을 목표로 한 ‘공공기관 지배구조 개선’도 활용할 만하다. 정부주도 국책사업을 떠맡으며 악화된 경영지표와 정권에 휘둘리는 공공기관의 지배구조를 혁신해 내부견제‧균형장치를 보강해야 하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고용전략’도 새 정부의 정책방향과 일치한다.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한국경제에 대해 보고서는 “우리 실정에 맞는 적극적 고용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여성‧중고령자‧청년 등 고용 취약계층의 고용시장 진입 유도와 직장·가정 양립정책, 산업수요에 맞춘 평생교육 등이 제시됐다.

경제정책은 아니지만 최근 사회통합이 주요 과제로 꼽히는 만큼 ‘갈등관리 시스템 구축’도 눈여겨볼 만하다.

사회갈등을 대립과 물리적 충돌 등으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엄청난 갈등비용을 초래하고 사회통합을 저해한다. 이에 따라 체계적으로 관리‧조정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갈등관리전문가, 갈등관리지원센터 지정‧운영 등이 제시됐다.

또 경제자유구역 활성화, 동북아 금융‧물류허브 구축,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투자 확대, 부품소재산업(핵심 원천기술)의 전략적 육성 등 선제적 투자와 세계화에 발맞춘 제언도 한국경제의 탄탄한 성장을 지지할 정책으로 꼽힌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자신의 것’으로 만든 정책들 ‘삐걱’

‘비전 2030’에서 제시한 정책들은 지난 정권에서도 활발히 활용됐다. 그러나 큰 정책방향은 동의하지 않으면서 각론에서 필요한 정책을 꺼내 사용하다 보니 되레 역효과가 나타난 사례도 적잖다.

MB정부에서는 해외자원개발이 대표적이다. 추진 필요성은 충분했지만, 이른 시일에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하게 추진하려다가 깊은 상처를 받았다. ‘장기 비전 보고서’의 정책을 꺼내 사용하면서 정작 단기간에 결과물을 확인하려 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보고서의 비정규직 대책 중 ‘고용보호 법규를 고용‧해고를 동시에 촉진시키는 유연성‧안정성 제고에 중점을 두고 개편’이라는 부분만 뽑아 노동개혁을 진행했다. 비정규직 종합대책과 병행하지 않아 결과는 ‘역풍’이었다.

또 보고서에 담긴 임금피크제를 강행하다가 결국 노사관계를 파국으로 이끌었고, 새 정부 들어 다시 손질해야 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를 벤치마킹한 서비스산업발전법도 큰 틀에서의 접근보다 ‘경쟁원리’에만 집중하다 논란에 휩싸이며 대폭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문화산업 진흥과 벤처기업 육성,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혁신도시 건설은 ‘창조경제혁신센터’라는 이름으로 합쳐져 추진됐지만, 새 정부에서 정체성의 재확립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정책 자체가 나빴다기보다, 중장기적으로 가야 할 정책을 너무 단기간에 집중해 성과를 내려 한 것”이라며 “정책추진 목적도 큰 틀에서 ‘성장-복지’ 균형보다 성장에 무게가 쏠리면서 삐걱거리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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