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통과 쉬운' 정치인들 대거 발탁…친정체제 구축 이중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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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3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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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와대 "검증 쉽게 가기 위한 인사 아니다"… 정치권, 국회의원 겸직 논란 재점화될 수도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여민1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기 위해 서류를 검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주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한 묶음으로 입각시켜 친정 체제를 구축했다.

이날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의원은 김부겸(행정자치부 장관), 김영춘(해양수산부 장관), 김현미(국토교통부 장관) 도종환 의원(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4명이다.

취임 20일 만에 이뤄진 두 번째 내각 인선으로, 이낙연 총리 후보자를 비롯한 내각 후보자들의 위장전입 논란과 관련한 ‘양해’ 입장 표명 후 하루 만에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이는 정권 초기 국정운영의 틀을 이른 시일 내에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돌파카드'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 검증을 겨냥한 야당의 정치공세는 국정 발목 잡기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국정 철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정무 능력을 검증받은 여당 의원들을 기용하면서 야당의 인사 검증 공세를 뚫고 국정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도 읽힌다. 아울러 민주당을 중심으로 책임정부를 구현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새 정부의 명칭을 '문재인 정부', '더불어민주당 정부'라고 병행해 부르고 있다.

또 이날 입각 인사를 현역 정치인으로 한정한 것도 국회의 인사검증 통과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역대 정부 내각 후보자들 가운데 현역 정치인이 국회 인사청문에서 낙마한 일은 없다. 정치인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예우 차원에서 검증 수위가 낮고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게 관행처럼 돼왔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인선은 후보 시절부터 정당정치와 책임정치를 평소 강조해온 문 대통령의 철학이 반영된 인사"라며 "검증을 쉽게 가기 위한 인사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이 ‘자기 사람’인 민주당 의원들을 대거 입각시키면서 정부 출범을 앞두고 여야 협치와 국민통합, 탕평 차원에서 거론됐던 야당 인사 입각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거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당장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문 대통령 스스로 세운 5대 인사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인선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국회의원 출신 장관 인선을 발표한 것은 일단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의도는 아닌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새로운 인사의 원칙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장관 인사를 단행한 것은 야당을 무시하는 독단적인 태도로 볼 수 있다"며 "정치인에 대한 논공행상식 인선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으며, 여전히 호남에 편중된 내각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번 인선을 계기로 정치권의 해묵은 이슈인 '국회의원·국무위원 겸직' 논쟁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입법부 소속 국회의원이 행정부 내각 장관을 겸직하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 컸다. 

2012년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은 국회 쇄신 방안의 하나로 의원의 겸직 금지 범위에 국무총리와 장관 등 국무위원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겸직 금지 대상에 국무위원이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여론이 적지 않음을 의식한 조치였다. 하지만 당내 의견이 부딪히면서 방안은 백지화했다.

지난해 국회가 마련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안에는 국무위원 겸직을 허용하되, 겸직 시 입법활동비·특별활동비 중복 지급을 못하게 하는 내용이 포함되기도 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들 4명 의원이 인사청문회를 거쳐 장관으로 임명될 경우 의정활동에 대해 "아무래도 상임위 활동은 쉽지 않지 않겠느냐. 그분들이 속한 상임위에 결원이 생기는 데 따른 영향을 고려해 (사보임 등의) 배치 문제는 생각해볼 것"이라며 "본회의는 당연히 참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4명 의원이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의정 활동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상임위원회 활동 문제가 걸린다. 김영춘 의원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 도종환 의원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로 각각 활동 중이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문 대통령의 이날 조각에 대해 안정감 있는 인사로 당청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지역과 여성을 모두 배려한 '콘셉트 있는' 인사라고 자평했다.

우선 김부겸·김영춘 의원은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오랜 텃밭인 대구와 부산을 지역구로 둔 만큼 '통합형' 인사라고 해석했다.

행자부장관 내정 직후 김부겸 의원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풀뿌리 민주주의를 확고하게 제도화한 장관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지방정부에 실질적 자치조직권을 주는 등 권한을 이양하고, 국세와 지방세 세목을 조정하는 등 재정분권도 강화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에 힘이 붙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또 김영춘 의원이 해수부 장관에 내정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또 전북 출신의 김현미 의원 발탁은 호남 배려와 함께 여성 발탁의 의미를 지닌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박근혜 정부 4년간 전북 출신 장관이 단 한 명도 없었고, 차관 4명이 전부였다. 인사차별을 바로잡아 전북 인재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남녀 동수 내각 실현을 위해 임기 초반 여성 장관 비율을 2015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30%에서 시작해 단계적으로 끌어올려 임기 내 여성 입각률을 절반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부천 성고문 사건' 피해자인 권인숙 명지대 교육학습개발원 교수가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여성장관 배출 이력이 없는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는 노동계 출신인 김영주 의원과 함께 홍영표·이용득 의원이 거론된다. 이 밖에 여성 몫 장관 후보자로 남인순·유은혜·진선미·김상희 의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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