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송창범 기자 = 중소기업계 숙원인 중소기업청의 ‘부’ 승격이 현실화된 가운데 뜻밖의 내부 파열음이 터져나와 우려된다.
문재인 정부 핵심부처로 ‘중소벤처기업부’가 부상한 가운데, 그동안 중소기업계에 한 축을 이뤘던 소상공인 측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고 나섰기 때문이다.
31일 정부 및 업계 등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신설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기존 중기 관련 업무를 나눠서 담당한 부처 간 신경전에 이어, 중소기업계 내부에서도 성격이 달랐던 소상공인들이 다른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중기부 조직 구성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중기부’ 승격이 거의 확실해지자, 최근 “중소기업분야와 소상공인분야 행정체계의 명확한 분리”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동안 소상공인 정책이 중소기업정책안에 예속돼 있어 소상공인들이 체감하기 어려운 정책으로 홀대를 받아왔다는 이유다.
그러면서 한 발 더 나아가 중소기업과의 ‘별도 정책개발’과 ‘전담조직’ 구성을 촉구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소상공인 전담 차관을 두거나 소상공인 전담 외청을 설치하는 등 소상공인정책의 원활한 수행을 위한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며 중기부 신설 시 2차관을 소상공인 전담으로 만들 것을 제안했다.
일부 학계에서도 소상공인에 힘을 실어주며 중소기업과의 마찰에 불을 지폈다. 최근 소상공인연합회가 개최한 ‘소상공인의 사회‧경제적 중요성과 정책기관의 역할’ 토론회에서 박주영 숭실대 교수는 “프랑스의 경우 중소기업티지털혁신부와 소상공인관광부의 2개 부처 장관급으로 분리·승격시켰다”며 “중소기업 정책과 소상공인 정책은 대등한 위치에서 독립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소상공인 전담부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소상공인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중소기업계는 촉각을 세운다. 중기부 설립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할 소상공인들의 독자적 행동이 자칫 밥그릇 싸움이란 부정적 이미지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산업부나 미래부 등 중기부 탄생에 미온적인 부처들에게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 한 관계자는 “소상공인이 주장하는 대로 중기부에 1, 2차관제를 둘 경우, 몸집이 거대한 공룡부처가 탄생하게 된다”며 “이는 산업부 등의 관련 부처들의 기능과 조직이 현저하게 축소된다는 얘기로, 현 중기청과 신경전이 더욱 치열해져 중기부 탄생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은 “소상공인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고, 주장하는 부분도 납득이 가는 부분”이라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중기부 설립 안착에 함께 손잡고 주력해야 할 때다. 신임 중기부 장관이 경제적 약자인 소상공인을 충분히 고려해 정책적 업무를 판단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아쉬움을 표출했다.
한편 소상공인은 2014년 기준 306만개로 전체 사업수의 86.39%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소기업은 10.65%, 중기업은 2.87%, 대기업은 0.088%의 비중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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