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수출지역 다변화와 수출품목 다변화를 통해 대외 변동성으로 인한 우리 경제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이는 경제 전문가들이 한국 무역구조에 대해 조언할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문구다.
우리나라는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데다, 수출품목도 몇개 품목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포스트 차이나' 발굴 및 수출구조 변화의 필요성이 절실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이다.
6월 1일이면 한국과 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10년이 되는데, 이미 가시적인 성과도 거둔 상태다.
31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ASEAN 교역액은 1188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전체 교역액의 13.2% 수준으로 중국(2114억 달러)에 이어 우리나라의 제2 교역지로 우뚝 섰다.
증가율 역시 가파르다. 한·ASEAN FTA 발효 후인 2007∼2016년 양측 교역(수출+수입)은 연평균 5.7%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전체 교역 평균 증가율(2.4%)을 두 배 이상 넘어섰다.
특히 수출의 경우 더 돋보인다. 우리나라의 ASEAN 수출은 연평균 7.5% 늘었다. 전체 수출 증가율 3.3%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수치다.
수출품목은 반도체(증가율 5.3%), 석유제품(3.9%), 무선통신(15.8%), 평판디스플레이(20.3%) 등이 주도했다. 특히 무선통신과 평판디스플레이는 FTA 발효 후 수출이 급증했다.
또 전통 수출품목이 아닌 운송서비스, 여행, 지적재산권 등 서비스 수출이 2007년 이후 연평균 7.2% 증가한 점은 고무적이다.
한국과 ASEAN 간 서비스 교역은 경제와 인적교류 활성화로 인해 연평균 6.6% 증가했다. 2015년 ASEAN과의 서비스 교역 규모는 430억 달러에 달했다.
우리나라의 전체 서비스 교역 중 ASEAN의 비중은 2007년 16.4%에서 2015년 20.4%로 커졌다.
무역수지 흑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ASEAN에 대한 무역수지 흑자는 FTA 발효 후, 연평균 20.5% 증가해 지난해 302억 달러를 기록했다.
아세안과의 교역 확대를 통해 수출의 지역과 품목 다변화가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단 아직 낮은 개방수준과 더딘 관세인하 스케줄 등 개선점도 산적한 데다, 높아지는 비관세 장벽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한 상황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미국, 중국의 통상환경을 고려할 때 ASEAN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라며 "아세안과 FTA 업그레이드 협상의 조속한 마무리를 통해 FTA 효과를 극대화하고, 비관세 장벽의 경우 양자 간 경제협력 확대 노력과 FTA 개선 시 경제협력 협정의 구체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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