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차이나 박은주 기자 =중국 남자 탁구의 '전설'이자 현직 중국 여자 탁구대표팀 감독인 공링후이(孔令輝)가 수억원대의 도박 빚 혐의로 조사를 받기 위해 대표팀 일정에서 빠져 귀국길에 오른것으로 확인됐다.
중국국가체육총국(이하 체육총국)과 탁구협회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5일까지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진행되는 '2017년 세계선수권대회'의 대표팀 지도를 위해 독일에 머물고 있던 공링후이의 감독 자격을 일시 정지시키고 즉시 귀국해 조사를 받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체육총국은 성명서를 발표해 "공링후이는 이미 국가 공무원 규정과 규율을 어겼다"며 "깊이 사죄드린다"고 밝혀 공링후이의 혐의를 기정사실화했다.
일간 더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최근 싱가포르의 복합 리조트 업체인 마리나 베이 샌즈(MBS)가 최근 홍콩에서 공링후이를 상대로 45만 싱가포르달러(약 3억6500만원)의 미상환 채권을 회수를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카지노를 운영하는 MBS는 홍콩 고등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공링후이가 2015년 2월 총 100만 싱가포르달러(약 8억1000만원)를 빌렸으며, 이 가운데 지금까지 54만5625싱가포르달러를 갚았지만, 나머지 45만 싱가포르달러(이자 포함)를 아직 갚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빌린 돈 가운데 10만 싱가포르달러는 공링후이가 '프리미엄 고객'으로 등록하는 데 보증금으로 쓰였다고 MBS는 덧붙였다. 그러나 MBS 측은 공링후이를 상대로 한 소송을 왜 홍콩에서 제기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고, 매체의 확인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피소 사실이 밝혀진 이후 공링후이는 자신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계정에 "당시 가족들과 함께 카지노에 갔을 뿐이다. 당시 재정적인 분쟁에, 지금은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결국 조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중국탁구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운동선수, 감독이나 코치들 모두 공링후이 사건을 본보기 삼아 스스로 행동거지를 엄격히 하고, 사회주의의 가치관과 중화 스포츠 정신·올림픽 정신을 갖출 것을 당부했다. 또 공석이 된 여자 대표팀 감독 자리에는 베테랑 코치인 리쑨(李隼)이 남은 일정을 맡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로써 현역시절 세계선수권과 월드컵, 올림픽을 제패했으며 리샤오샤(李曉霞), 왕난(王楠), 장이닝(張怡寧) 등 금메달 선수를 키워낸 스타 감독의 명성이 한순간 땅으로 곤두박질치게 됐다.
16세 때인 1991년 중국 대표로 발탁된 공링후이는 1995년 세계선수권대회(톈진)에서 중국 셰이크핸드 선수로는 처음으로 단식 정상에 올랐고 같은 해 월드컵을 제패했다.
이어 2000년 시드니올림픽 단식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전 세계에서 세번째로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그는 1990년대 세계 탁구계를 주름잡았던 중국 남자 탁구의 전설로 불렸다.
2007년 은퇴한 뒤에는 지도자로서 중국 여자 탁구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