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정재X여진구 '대립군', 2017년을 관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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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31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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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광해 역을 맡은 여진구(왼쪽), 토우 역의 이정재[사진=영화 '대립군' 스틸컷]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선조는 어린 광해(여진구 분)에게 조정을 나눈 ‘분조’(分朝)를 맡기고 의주로 피란한다. 대신들과 백성들은 찢어진 왕실에 “하늘이 두 쪽 나는 마음”으로, 반대하지만 아무도 선조의 결정을 막을 수 없었다.

결국, 광해와 분조 일행은 임금 대신 의병을 모아 전쟁에 맞서기로 하고 먼 강계로 떠난다. 이때 광해와 분조의 호위병을 맡은 것은 다름 아닌 ‘대립군’(代立軍). 남의 군역을 대신해 먹고 사는 이들이다.

대립군의 수장 토우(이정재 분)와 동료들은 광해를 무사히 데려다주고 공을 세워 비루한 팔자를 고치려 애쓴다. 위험을 무릅쓰고 호위병 노릇을 자처했지만 정체불명의 자객과 왕세자를 잡으려는 일본군의 추격에 당황한다. 대립군과 분조의 갈등은 깊어져가고 어린 광해는 점점 벼랑 끝으로 몰린다.

영화 ‘대립군’(제작 리얼라이즈 픽쳐스 폭스 인터내셔널 프로덕션 코리아 베르디미디어·배급 이십세기폭스코리아㈜)은 ‘말아톤’으로 장편 데뷔, ‘좋지 아니한가’,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의 연출을 맡았던 정윤철 감독이 9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대립군’은 역사적 사실과 픽션을 엮어냈다. “광해군이 여러 고을에 격문을 돌려 주변의 군사들과 인재들을 불러 모으자 백성들이 함께 앞장서서 왜군과 싸웠다”, “산속에 도망가 있던 백성들도 광해군이 격문을 붙이자 그 부름에 응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는 ‘선조실록’ 기록을 토대로 이야기를 완성해냈다.

여타 작품 속 광해와는 달리 미성숙한 소년의 모습을 기록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나약한 왕 광해가 이름 없는 대립군과 함께 험난한 여정을 경험, 백성을 사랑하는 왕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2017년 일련의 경험을 한 관객들에게 묘한 기시감과 함께 뭉클한 감동을 안겨준다.

스토리적인 부분 외에도 정윤철 감독이 스크린에 담아낸 웅장한 영상 또한 ‘대립군’의 자랑거리다. 정윤철 감독은 실내 세트 촬영을 배제한 올로케이션 촬영을 감행,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압도적인 풍광을 선보인다.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 깊다. 대립군의 수장 토우 역을 맡은 이정재는 극의 무게 중심을 잡는 것을 돕고, 광해 역의 여진구는 불완전한 소년에서 진정한 리더로 거듭나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특히 그가 가진 독보적 분위기는 작품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큰 힘을 기울이지 않더라도 많은 감정을 표현, 다소 널뛰는 인물들의 감정선을 침착하고 세밀하게 연결시킨다. 곡수 역의 김무열 역시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을 예정. 김무열은 복잡한 속내를 가진 곡수를 섬세하면서도 단단하게 표현, 극의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오늘(31일) 개봉했으며 러닝타임은 130분, 관람 등급은 15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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