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 기후협정에서 발을 뺄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유럽과 중국이 환경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을 방문 중인 리커창 중국 총리와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이 이번 주 중국·EU 정상회담에서 파리협약 준수를 명시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할 것이라고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31일 독일 수도 베를린을 방문해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만남을 가졌다. 이후 리 총리는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로 이동해 중국-EU 정상회의에 2일 참석할 예정이다.
FT는 이 자리에서 기후변화를 위한 중국과 EU의 협력 강화가 언급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선언에서는 파리협정이 역사적인 성취이자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양국은 기후변화를 국가안보 이슈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정치적으로 취약성을 늘리는 요인이라고 강조하면서 화석 연료의 시대를 완전히 넘어서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점을 명시할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최근 파리기후협정 탈퇴 가능성을 언급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 시기와 맞물려 조약의 잔류 여부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언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변화를 위한 미국의 약속을 뒤엎을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FT는 미국의 파리기후협정 탈퇴와 맞물린 이번 발표는 트럼프의 미국에 대한 좌절을 반영하며, 동시에 환경 의제의 주도권을 중국과 미국이 쥘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는 에너지 효율성 강화 및 저공해 운동 등 환경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논의된다. 또 세계 최대 탄소배출권 시장인 EU가 중국에 유사한 시장을 만들기 위해 126억여원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빈국들의 환경보호를 위한 자금 지원 등도 논의될 예정이다. 중국과 유럽이 적극적으로 협력에 나서서 미국의 빈자리를 메우겠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번 리커창 총리의 유럽 방문은 중국 기후변화뿐만 아니라 자유무역에 있어서 선두주자로 나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번째 해외순방 이후 대서양을 사이에 둔 유럽과 미국의 관계는 균열이 커지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G7 정상회의 다음 날 “우리가 전적으로 다른 이들에게 의존할 수 있는 시대는 어느 정도 끝난 것 같다"면서 "유럽은 미래를 위해 스스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리 총리와 EU 지도자들은 무역 협력에 관한 논의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트럼프가 거듭 보호무역주의를 옹호하고,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자 독일을 중심으로한 EU는 이제 동쪽(아시아)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최근 BBC는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세계 최대 전기차 메이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는 31일(현지시간) 미국이 파리 기후정을 탈퇴할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머스크 CEO는 "파리 협정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모르지만, 나는 자문위원회에서 모든 경로를 통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했다"면서 "파리 협정에서 탈퇴한다면 나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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