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트럼프 '저격'..美 정치풍자 유행에 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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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0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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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참수 풍자로 역풍을 맞은 미국의 유명 코미디언 캐시 그리핀 [사진=AP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트럼프 시대에서 저항의 선봉에 선 것은 민주당이 아니라 코미디언이다.“ 미국 CNN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코미디쇼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저격’하는 풍자가 넘쳐나는 현상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참수한 듯한 이미지까지 공개되자 도를 넘은 대통령 풍자에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5월 30일(현지시간) 미국의 유명 코미디언 캐시 그리핀이 피 칠갑이 된 트럼프 형상의 머리 모형을 들고 있는 사진이 공개되어 집중 포화를 맞았다.

ABC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그리핀은 사진이 처음 공개됐을 때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그의 눈에서 피가 났다. 다른 어디에서도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적 질문을 던진 폭스뉴스 여성 앵커에 대해 “그녀의 눈에서 피가 났다. 다른 어디서도 피가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던 것을 겨냥한 것이다.

그러나 그리핀의 예상과 달리 비난은 그녀를 향했다. 사진을 본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로 “캐시 그리핀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내 아들 11살 배런을 포함해 온 가족이 이 사진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역겹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맏아들 트럼프 주니어도 트위터에 “놀라운 게 아니라 메스껍다”고 비난했다.

힐러리 클린턴의 딸 첼시 클린턴도 “불쾌하고 잘못됐다”면서 “대통령을 죽이는 농담은 결코 웃기지 않다”고 지적했다. CNN 대변인은 사진이 “역겹고 불쾌하다”면서 새해맞이 프로그램인 ‘새해 전야 라이브(New Year's Eve)’에서 그리핀과의 계약을 해지한다고 발표했다.

파문이 커지자 그리핀은 “용서를 구한다”고 적으면서 반성하는 영상을 트위터에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코미디쇼는 트럼프 행정부를 저격하는 풍자가 넘쳐났다. 유명 코미디언과 배우들은 노란 가발을 쓰고 빨간 넥타이를 메고 입술을 내밀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흉내내며 여성 차별, 무슬림 입국 금지, 멕시코 장벽 건설, 러시아 유착 의혹 등을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풍자를 주도해 온 NBC 방송의 코미디쇼 '새터데이나이트라이브(SNL)' 42번째 시즌은 높은 인기로 시청률 고공행진을 누렸다. 지난 20일 마감한 이번 시즌의 평균 시청률은 23년 만에 가장 높았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풍자에 호평만 따른 것은 아니었다. 소셜 네트워크 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이 놀림감이 되고 있다는 동정론이 나오기도 했고, 트럼프 지지자들은 세계 최고 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이 조롱거리로 전락하면서 미국의 이미지마저 훼손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요한 정치적 이슈가 가벼운 유머 소재가 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한편 SNL의 작가 케이티 리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막내 아들 배런을 비하하는 글을 썼다가 정직 처분을 받기도 했다. 지난 1월 리치는 자신의 트위터에 “배런은 이 나라에서 최초의 자택 교육 총잡이가 될 것”이라고 적었다가 큰 비난을 받았다. 이후 리치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한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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