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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산업긴급진단]中·日은 정부 보증으로 수주 싹쓸이···“선박금융 제 역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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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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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송종호 기자 = 조선업계는 문재인 대통령이 조선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국민들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개선돼 재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선업계 고위임원은 1일 “최근 수년간 모든 조선사들이 어려움에 빠지면서 마치 국가경제를 위기에 빠뜨린 주범인 것처럼 인식돼 왔다”며 “대통령이 조선산업을 키우겠다고 한 만큼 관련 정책이 적극 추진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일본 등 경쟁국가에 준하는 범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마련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산업 구조조정은 개별 업체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된 전체적인 원인을 분석한 뒤 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해양선박금융공사’ 설립으로 선박금융 활성화 기대
조선업계가 가장 크게 기대하는 대목은 ‘한국해양선박금융공사’ 설립이다. 조선업은 영업·설계·기술·생산·금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산업이다. 한국 조선산업은 영업과 설계, 기술, 생산에서는 경쟁력을 갖고 있으나 선박금융 여건은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때문에 국내 해운사들이 국내 조선사에 발주하려고 할 때나 국내 조선사들이 해외 선주들로부터 선박을 수주해 국내 금융기관에 선수금 환급 보증서(R/G) 등을 발급받으려고 할 때 어려움을 겪어왔던 게 사실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산업이 완벽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든든한 금융 지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면서 “공사가 어떤 모습으로 구체화될지 지켜봐야겠으나 해운·조선산업의 고질적 관행을 해소할 수 있는 선박금융으로서의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선박금융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는 중국의 사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중국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이 싹쓸이해 온 해양플랜트 부문에 진출하기 위해 글로벌 오일 메이저들에게 자국 조선사에 해양플랜트 또는 선박을 발주할 경우 선수금을 1%만 받겠다고 제안했다. 보증도 중국 금융기관이 모두 책임지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1000억원짜리 드릴십이나 초대형유조선(VLCC)을 단돈 10억원만 내면 발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조건은 발주처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중국이 해양플랜트 시장에 적극 진출할 수 있는 단초가 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상선 발주시장에서 건조대금 결제방식이 20%씩 5차례에 걸친 균등분할에서 50% 이상 건조 후 인도 시 결제받는 헤비테일 식으로 전환된 것도 중국 때문이었다"며 "그 배경에는 중국 금융기관의 강력한 지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한국 등 여타 국가의 조선업체들은 신규 수주에 실패하거나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

◆국내 해운사, 국내 조선소 발주 시 인센티브 제공해야
각 조선사들은 수주영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 발주시장이 완전히 개선되지 않아 일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중견·중소 조선사들이 겪는 고통은 대형 조선사에 비해 훨씬 크다.

중견 조선사 관계자는 “중국이나 일본처럼 자국물량을 최대한 확보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해운사가 국내 조선소에 발주할 경우 금리 혜택이나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중소 조선사를 대상으로 연구·개발(R&D) 세제혜택 등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또 "해외 선주들이 국내 조선소 발주를 유도할 수 있도록 보증이나 금융지원 등의 정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조선업계는 한국해양선박금융공사를 통해 금융권에서 조선산업을 바라보는 시선도 개선되길 희망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조선업계는 수주 절벽에 시달려 왔다. 이로 인해 금융권으로부터 유동성이 막혀 건조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건조 활동을 중단하고 선주에게 계약 위약금을 물어주거나, 직원 및 협력사에 임금과 납품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했다. 또 금융권에는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고 신규 일거리 확보도 중단되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자금 대출을 미끼로 금융상품 가입을 요구하는 일명 ‘꺾기’ 관행도 개선해야 할 점으로 지적됐다. 대표적인 예가 성동조선해양이 지난 2008년 키코(KIKO, 선물환·통화옵션파생상품) 사태로 인해 입은 손실 8000억원을 꼽을 수 있다. 이 가운데 국민은행에 물린 돈만 2400억원이다.

당시 국민은행은 성동조선해양에 70억원을 대출해주는 조건으로 키코 가입을 요구했다. 그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환율이 계약서상의 금액 이상까지 치솟자 약정금액의 2배 이상을 팔아야 한다는 옵션에 따라 성동조선해양은 거액의 손해를 물어내야 했고,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흑자도산에까지 이른 것이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키코 사태 이후 이러한 관행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금융권은 기업들에게 대출 조건으로 신종 꺾기를 요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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