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김충범·오진주 기자 =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 부동산 시장이 강동·광진·성동 등 한강변 동쪽을 중심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4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45%로 2006년 11월 이후 무려 10년 7개월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재건축 시세 상승세가 견고히 유지되고 있는데다, 일반 아파트의 실수요층도 대거 가세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눈에 띄는 건 강동·광진·성동 등 한강변 동측 일대의 시세 상승세가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지역별 변동률을 살펴보면 강동구는 1.39%로 이번 주 25개 자치구 중 가장 상승폭이 컸다. 이어 △강남구 0.71% △서초구 0.66% △송파구 0.52% △노원구 0.42% △성동구 0.41% △광진구 0.39% 등의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강남 3구를 제외하면 대부분 한강변 동측이다.
업계는 강동구의 경우 서울 재건축 선도 단지들 중 하나인 '둔촌주공'이 자리해 있는 점을 시세 급상승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이 단지는 최근 관리처분인가를 받으면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까지 피할 수 있게 된 상태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둔촌주공은 내달 20일부터 6개월 동안 이주를 진행할 예정이다.
실제 2일 기준 '둔촌주공1·2·3·4단지' 시세는 전주 대비 1000만~3000만원 가량 올랐다. 둔촌주공 종합상가 내에 위치한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1단지 전용면적 88㎡가 이미 지난 4월 10억5000만원에 거래됐고 현재는 이보다 1억원 이상 매맷값을 올려 부른다"고 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단지 전용 88㎡는 지난달 11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재건축 가격 강세와 함께 일반 아파트의 시세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둔촌주공의 이주가 다가오면서 강일·고덕·암사동 등 인근 지역으로 눈을 돌리는 실수요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고덕동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 '고덕동 아이파크' 등은 각각 500만~3000만원 가량 상승했다.
총 3226가구로 단일 단지로는 대규모인 암사동 '롯데캐슬퍼스트' 전용 84㎡도 7억원대에 매물이 나왔다. 둔촌주공 종합상가 안에 위치한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여유 자금이 있는 분들은 인근으로 이사갈 수 있는 곳을 찾다보니 상일·명일·암사동 아파트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아주경제 DB]
성동구는 실수요층의 가세가 눈에 띄게 증가하며 행당동 '행당한진타운', 금호동4가 '서울숲 푸르지오' 등이 500만~1000만원 가량 올랐다.
특히 성동구의 경우 가장 큰 호재는 '성수전략정비구역'이다. 지하철 2호선 성수역 일대를 아우르는 이 지역은 한강변이라는 입지에 35층 규제를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한강 르네상스' 계획에 따라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최고 50층까지 개발할 수 있도록 허용됐기 때문이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반포·압구정동이 서울시의 층수 규제에 가로막혀 초고층 재건축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게다가 남쪽으로는 한강, 서쪽으로는 서울숲과 인접해있는 '서울숲 트리마제(최고 47층)'를 비롯한 초고층 랜드마크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이 아파트의 전용 84㎡ 로열층 매맷값은 16억원 이상을 호가하고 있다.
광진구 일대에서는 자양동 '현대3차'가 1000만~2500만원, 광장동 '광장현대 3단지'가 1000만원 정도 상승했다. 자양동 일대 H중개업소 대표는 "광진구 일대는 성동구에 비하면 시세가 확실히 저평가된 단지가 많다"며 "하지만 생활 인프라는 성동에 전혀 뒤지지 않아, 최근 실수요층을 중심으로 한 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기 리얼투데이 연구원은 "최근 한강변 동측 주택시장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강남권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라며 "활황기에 강남권 주택시장은 한층 탄력을 받기 마련인데, 성동이나 광진 일대도 이에 따른 반사이익을 입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특히 재건축 단지가 많이 밀집해있는 강남권은 이주수요도 활발히 발생하게 마련"이라며 "이들 수요층은 대체로 먼 지역으로 이동하길 원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강남권 인프라를 누릴 수 있으면서도 실거주에 편리한 지역을 찾다보니 강동·성동 등 동측 지역이 호응을 얻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 성동구 '서울숲 트리마제' 아파트 전경. [사진=오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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