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운명을 가를 조기 총선을 앞두고 런던 중심부 런던 브릿지 인근에서 차량 돌진 테러와 흉기 난동이 일어나 사상자 수십명이 발생하면서 영국 정부 안보 정책에 비상이 커졌다.
◆ 주말 저녁 차량 돌진에 6명 사망·30여 명 부상
BBC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3일 저녁(현지시간) 승합차 한 대가 런던 브릿지 인근 카페와 마켓을 겨냥해 돌진하면서 최소 6명이 사망하고 30여 명이 부상했다. 복스홀 지역 등 인근에서도 총기 난동 등의 범죄가 일어나 사상자가 발생했다. 현지 경찰은 사살 조치한 3명 외에 테러범은 없을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조기 총선을 불과 닷새 앞두고 벌어진 참사 앞에서 영국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테러 경보 수위를 최상급인 '임박'으로 격상한 뒤 사흘 만에 '심각'으로 하향 조정한 지 일주일 만에 테러가 발생한 탓이다.
시기상 조기 총선 결과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벌써 세 번째 테러가 발생한 데다 지난달 23일 발생한 맨체스터 공연장 테러 이후 2주 만에 발생했다는 점, 차량을 이용한 테러로는 두 번째라는 점에서도 안보 정책 관련 논란이 불가피한 탓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맨체스터 테러 이후 2주 만에 소프트 타깃 테러가 발생하면서 총선 마지막 날까지도 결과를 가늠할 수 없게 됐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집권 보수당과 야당인 노동당 간 지지율 격차가 접전 양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번 테러가 발생한 만큼 안보 정책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 여야 지지율 격차 1% 내외...안보 이슈 따라 총선 영향 불가피
여론조사기관 서베이션 조사에 따르면 현재 보수당 지지율은 노동당은 지지율 격차가 1%포인트까지 좁혀진 상태다. 다만 집권 보수당이 다소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 나왔다. 최근 일주일간 진행된 6개 여론조사의 취합 결과에서도 보수당 지지율은 42~45%로 노동당(33~40%)에 앞섰다.
그러나 보수당 승리로 브렉시트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던 테레사 메이 총리의 야심이, 잇따른 테러 공격에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테러에 무방위로 뚫려 있는 정부의 안보 무능을 공격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야당은 벌써부터 메이 총리가 내무장관으로 재임(2010~2016년)하던 당시 경찰 인원이 2만 명 축소된 점 등을 네거티브 공세에 활용하고 있어 총선의 막판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한편 영국 경찰의 비무장 원칙이 테러 공격을 막기에 불충분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CNBC, 가디언 등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런던 기준 경찰 10명 중 9명은 총기를 소지하지 않는 대신 수갑 등의 도구를 몸에 지닌 채 순찰 활동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무고한 시민을 대상으로 벌어질 수 있는 총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있따른 테러 공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