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수 기자 = 제약업계가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배수진을 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산업 지원정책과 맞물려 기회로 작용할지, 궁지에 몰릴 악수가 될지 주목된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JW중외제약은 ‘JW 윤리의 날’ 선포식을 열고 리베이트 영업 근절과 공정거래 자율준수를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표명했다. 윤리경영을 위한 자체적인 불법 리베이트 규제 선언으로 사회적 신뢰 확보에 나서겠다는 심산이다.
제약사가 기념일 지정·선포 등으로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적극적인 근절 의지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한미약품·녹십자·대웅제약·일동제약 등도 '자율준수의 날'을 시행하면서 리베이트 근절을 대외적으로 표명한 상태다.
한미약품의 경우 지난해 9월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김영란법)’과 관련해 임직원 교육과 자율준수 실천서약을 실시했다.
제약업계 대표 단체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도 리베이트 근절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원희목 회장은 최근 각 회원사에 제약 영업대행사의 불법 리베이트 행위에 대한 감시 강화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원 회장은 앞서 가졌던 기자간담회와 대외 행사에서도 제약산업이 국민산업임을 전제하면서 이를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리베이트 근절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런 행보는 제약업계를 향한 보건복지부와 검찰 등 감시기관의 압박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최근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제약산업 지원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내에 제약·바이오·의료기기 분과를 설립해 산업 육성을 위한 중장기 종합계획을 마련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제약업계는 산업 육성지원 정책을 총괄할 ‘콘트롤타워’가 구성, 제약 부문에 중장기적 정부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념일 지정과 대외적 선언과 같은 행보는 제약업계에 ‘신뢰경영 개시’라는 이정표가 될 수 있지만 그만큼의 부담도 따른다. 윤리경영 선포와 단속 강화 후에도 리베이트를 벌인 것이 적발되면 기업이미지와 신뢰도에 더 심한 손상을 입을 수 있어서다. 특히 새 정부의 제약업계 신뢰가 크게 떨어지는 것은 물론 지원 정책도 축소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윤리경영 기념일 선포·지정은 ‘배수진’이라고 할 만큼 부담이 크지만 제약사 입장에선 윤리기업 이미지를 확보하고 직원을 단속할 계기가 돼 최근 느는 추세”라면서 “아직 새 정부가 제약산업 지원에 나서진 않았지만 이같은 업계 노력이 (지원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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