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은 주요 수익원인 가맹점수수료가 2년 만에 두 차례나 인하되면서 경고등이 켜졌다. 성장은커녕 당장 올해부터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혜택이 높은 카드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서비스 감축에 나섰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최근 영세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오는 8월부터 이들의 수수료율을 낮추기로 했다.
현재 0.8%의 우대수수료를 적용받는 영세가맹점의 기준은 매출 2억원에서 3억원으로 높이고, 1.3%의 우대수수료를 적용받는 중소가맹점 기준도 3억원에서 5억원으로 변경한다.
특히 내년에는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0.3%포인트)도 예정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제시한 공약으로 이 공약까지 현실화되면 카드업계 연간 수익 감소폭이 5000억원으로 커질 수 있다. 이는 8개 카드사 전체 순이익(1조8000억원)의 30%에 해당한다.
카드업계는 지난 2015년에도 영세 및 중소가맹점의 수수료(0.7%포인트)와 일반가맹점의 수수료(0.3%포인트)를 인하한 바 있다. 최근 2년 사이에 정부 주도로 1%포인트나 인하하는 것은 감내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영세가맹점 카드 결제는 조달비용, 프로세싱 및 리스크 비용 등을 감안하면 역마진”이라며 “이 대상 범위가 더욱 확대되는 것은 원가에도 못 미치는 상품을 계속 팔라는 얘기”리고 지적했다.
때문에 비용 절감을 위해 갑작스럽게 카드를 단종하는 경우도 늘었다. 부가서비스 축소나 포인트 적립 기준이 되는 전월실적을 높이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가 매년 줄어들고 있는데 사업비 축소, 인력 감축 등 기업이 내부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가 한계에 달한 만큼 혜택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신한카드는 최근 ‘현대백화점 카드’ 등을 포함한 7종의 카드 발급을 중단하고, 리볼빙 수수료를 상향 조정했다. KB국민카드도 지난해에만 ‘혜담(I)’, ‘SK스마트’ ‘GS칼텍스’ 등 45종의 카드 판매를 중단하고, 올해도 ‘다담카드’ 등 인기카드의 발급을 중단했다.
삼성카드 역시 부가 서비스를 줄줄이 축소하고 있다. 롯데시네마, CJ 등과 제휴해 제공하던 영화 캐시백과 포인트 할인혜택을 없애고, 현금자동입출금기(CD·ATM) 이용 시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NH농협카드는 알짜카드로 불리는 ‘NH올원 시럽카드’의 혜택을 놓고 SK플래닛과 소송전까지 가기도 했다. 이 밖에 인기카드로 불리던 IBK기업은행 ‘BC다이아몬드 카드’, SC제일은행 ‘리워드360체크카드’ 등도 발급이 중단됐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이 후보 시절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시행될 것이라는 분위기였지만 예상보다 빨리 추진돼 놀랐다”며 “수익이 대출 이자부문으로 집중되면 카드사의 수익구조도 나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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