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62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며 최장기간 흑자 기록을 경신했다. 최근까지 수출보다 수입이 부진해 경상수지 흑자폭을 키웠던 '불황형 흑자'였다면 올해초부터는 질적으로 좋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4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올해 4월 상품과 서비스를 포함한 경상수지 흑자는 40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12년 3월 이후 62개월 연속 흑자 기록이다.
눈에 띄는 것은 경상수지의 질적 개선이다. 경상수지는 보통 상품과 서비스 등을 사고팔면서 벌어들인 외화(수출)와 지급한 외화(수입)의 차이를 말한다. 경상수지가 흑자라는 것은 수입보다 수출이 더 많아서 국가 경제가 안정적이라는 뜻이다.
60개월 넘게 경상수지는 흑자를 이어왔지만, 그동안에는 국내 소비 자체가 줄어든 데다가 수입감소에 따른 '불황형 흑자'가 고착화됐다는 의견이 많았다. 내수경기가 그만큼 악화됐다는 의미다.
실제로 1998년 IMF 외환 위기를 겪으면서 경상수지는 401억 달러 흑자가 발생한 바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가 부진했던 2009년에도 336억 달러의 흑자를 보였다. 국내 수요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지출이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경상수지는 수출은 482억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2% 늘며 수출이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수입도 362억7000만 달러로 18.6% 증가했지만, 수출보다 적고 수출입이 모두 20% 가까운 성장을 기록하며 활발한 대외거래를 보였다.
최근까지 수입이 수출보다 더 감소해 흑자를 보인 것과 달리 수입과 수출 모두 증가한 호황형 흑자라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이유는 세계경제의 상승세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미국이 주도하고 유럽·일본은 물론 신흥국도 뒤를 잇는 모습이다. 국제통화기금은 세계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3.1%에서 올해 3.5%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선진국(2.0%)과 신흥국(4.5%)의 성장률이 모두 지난해보다 0.3~0.4%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봤다.
한편, 4월 서비스 수지는 23억8000만 달러 적자를 보이며 지난 2014년 11월 이후 29개월째 대규모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이 본격화되면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탓이다.
여행 수지 적자는 12억4000만 달러로 작년 4월(5억3000만 달러)의 2.3배 수준으로 늘었다. 국민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저가 항공과 온라인 예약 등이 확대되면서 해외여행에 대한 선호가 꾸준히 늘어 여행 수지는 쉽게 흑자로 돌아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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