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추경 둘러싼 여야 대치정국…'협치' 사라진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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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0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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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대책회의에서 각종 의혹이 제기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언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6월 임시국회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첩첩산중'이다. 인사청문회 2라운드가 곧 펼쳐지는 상황에서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둘러싼 여야 신경전이 예고돼 있는 상태다. 정부조직개편에 대한 추가 논의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은폐 파문 등 현안까지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정권 교체 이후 제1야당이 된 자유한국당은 야당으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다지는 모습이다. 인사와 추경 등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에 강하게 제동을 건 상태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어느 쪽으로 방향 키를 쥐느냐에 따라 정국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잇따른 여야 대치국면으로 인한 국민들의 피로감과 여론 악화도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문재인 정부나 여야 모두 '협치'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난에 휩싸일 수 있다.

◆ 선명성 드러내는 野··· 캐스팅보트 쥔 국민의당 '고심'

6일 한국당 원내지도부는 국회에서 '인사청문회 대책회의'에서 열고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비롯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결격사유를 조목조목 짚었다.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의혹, 과거 발언 등이 도마에 올랐다.

정우택 한국당 당 대표 겸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인사 실패가 참사에 이를 정도로 도를 넘고 있다"면서 "문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자격조차 안 되는 사람들을 세워놓고 동의를 해달라고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내일 모레면 문 대통령은 취임 한 달이 되지만, 아직도 정부 17개 부처 중 사회부총리, 교육부장관과 새로 설립하겠다는 중소벤처기업부를 비롯해 12개 부처의 수장이 지명조차 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러니 대통령이 진정으로 야당과 협치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쇼통'만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계속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한국당의 이 같은 강공모드는 야당으로서의 입지를 명확히 각인시키기 위한 의도다. 문재인 정부와의 관계 설정에 있어 우위를 선점하는 한편, 야당의 선명성 또한 부각시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반면 국민의당은 그야말로 딜레마에 빠진 상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선을 긋고 야당으로서의 행보를 공고히 하는 차원에서 최근 당 대변인 논평 등에서는 강경화·김이수 후보자 등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그러나 박지원 전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이들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채택해야 한다는 개인 의견을 피력했고, 김동철 원내대표도 김상조 후보자 등에 대해서 긍정적인 목소리를 냈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의견 수렴을 통해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혔지만, 당내에서 입장 조율이 잘 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지기반인 호남지역에서의 여론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대선을 거치며 호남에서의 지지율도 민주당에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위기감이 커진 상황에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는 때다.

한국당의 정 원내대표는 이날 "같은 야당인 국민의당에 대해 "사쿠라 정당이라는 표현은 쓰고 싶지 않지만 지금처럼 오락가락, 갈팡질팡 행보를 계속한다면 결국엔 그런 말까지 나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20석, 제1야당인 한국당이 107석의 의석을 각각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40석을 가진 국민의당의 행보는 최대 관심사다.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정국이 달라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하며 정세균 국회의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반대 위한 반대 말아야"··· 민주정치 확립에 역행 

민주당은 마음이 급하다. 현안은 산적해 있는데 야당의 공세에 문재인 정부가 초기부터 발목이 잡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야당에게 부탁드린다,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나열식 의혹 제기는 지양하고,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 검증에 집중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면서 "인사청문회에 임하는 후보자들도 지적된 문제들에 대해 한 점 의혹 없이 명확하게 소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탄생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나, 지난달 31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유일하게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통과했을 뿐"이라며 "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탄생한 새 정부의 고충을 야당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백 대변인은 "흙수저 고졸신화 김동연, 유리천장 깨뜨린 강경화, 민주주의‧인권‧소신의 김이수, 청렴과 재벌개혁의 김상조, 네 명의 후보자 모두 우리나라를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분들"이라며 "‘반대를 위한 반대’는 국민의 뜻이 아니다. 새 정부가 일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야당에 당부했다. 

야당으로서는 현재의 전략이 오히려 여론을 악화시킬 가능성도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여야의 대립과 충돌이 과연 의회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선진국형 민주정치로 나아가는 데 부합하는 행태인지 돌아봐야 할 때"라며, "지금의 여야 대립은 오히려 그런 면에서 퇴보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스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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