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애플과 텐센트의 중국 시장에서 ‘적과의 동침’이 시작됐다. 중국에서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애플이 중국 '인터넷공룡' 텐센트와 보안 방면에서는 협력하면서도 모바일결제 에서는 경쟁하는 ‘애증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
애플은 지난 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새로 선보인 iOS 11에는 중국인을 위한 QR코드 스캔, 보이스피싱 메시지 차단, 구궁격(九宮格) 영어 입력기, 상하이방언 식별 기능을 추가했다고 발표했다.
이중 보이스피싱 메시지 차단 기능은 텐센트의 모바일 보안 서비스를 도입해 만든 것이다. 지난해 스팸 전화에 이어 보이스피싱 메시지 차단에도 텐센트의 모바일 보안 서비스를 도입한 것.
또 애플은 웹브라우저인 사파리 브라우저에도 텐센트의 보안서비스인 세이프클라우드를 설치했다. 이는 그만큼 애플이 텐센트의 보안 서비스를 높이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애플은 모바일 결제 방면에서는 텐센트의 모바일결제 서비스인 위챗페이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애플은 iOS 11에서 애플페이로 현금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개인간개인(P2P) 송금과 QR코드 결제를 지원하기로 했다. 중국 시장에서 위챗페이를 겨냥한 의도가 다분한 것이다.
사실 텐센트가 운영하는 중국 국민 모바일 메신저 위챗에 대한 애플의 견제는 줄곧 이어져왔다. 지난 4월 애플과 위챗이 중국 특유의 온라인 팁 문화인 '다샹(打赏)'을 두고 충돌한 게 대표적이다.
다샹은 위챗에 올라온 컨텐츠가 마음에 들면 이용자들이 컨텐츠 제작자에게 자발적으로 일종의 '팁'을 지불하는 기능인데, 이것은 위챗의 자체 결제서비스인 위챗페이에 의해 이뤄진다. 이에 애플이 이용자들이 iOS에서 위챗내 다샹을 이용할 수 없도록 차단시킨 것.
텐센트 역시 애플을 견제하긴 마찬가지다. 올 1월 애플 아이폰 탄생 10주년에 맞춰 위챗에서 앱스토어에 대항하는 '샤오청쉬(小程序)' 기능을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 샤오청쉬, 직역하면 미니프로그램이란 뜻으로 위챗 이용자들이 생활서비스·교통·미디어·쇼핑 등과 관련된 각종 응용 앱을 다운로드 없이 검색만으로도 구동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이는 위챗 중심 앱 생태계를 더욱 확장하겠다는 텐센트의 본격적인 행보로 풀이됐다.
현재 9억명의 이용자수를 자랑하는 위챗은 메신저 기능 외에도 이미 모바일 결제 송금, 재테크, 공과금 납부, 콜택시 호출 등의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어 사실상 운영체제(OS)화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리서치회사 스트래터처리의 창업자 벤 톰슨은 위챗이 점점 운영체제(OS)처럼 되고 가고 있는 데다가 iOS와 안드로이드 기반 모두 지원하고 있다며 중국인의 애플 아이폰에 대한 소비자의 충성도가 낮은 것은 위챗의 그만큼 활성화돼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애플의 올 2분기 중국 매출은 전년 동비 14% 하락한 107억3000만 달러에 그쳤다. 이로써 애플의 중국 매출은 5분기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중국은 지난 분기 애플의 판매가 감소한 유일한 지역이다.
애플은 중국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미 베이징·선전에 연구개발(R&D) 센터 운영하고 있는 애플은 상하이와 쑤저우에도 R&D 센터를 설립할 것이란 계획도 공개했다. 애플은 중국내 R&D 센터에 35억 위안 투자도 약속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