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송창범 기자 = ‘70년 라이벌’ 노루페인트와 삼화페인트가 각 기업 정통 전문경영인 김수경 대표와 오진수 대표를 앞세워 지긋지긋한 ‘2위 박빙’ 승부를 종결시킨다는 각오다.
확고히 자리 잡은 2세 경영에 이은 3세 경영 작업을 준비 중인 양사는 ‘시장의 위기극복’ 임무와 함께 ‘3세 경영수업’ 임무를 맡은 이들을 전면에 내세워 확고한 2위자리를 수성하겠다는 방침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노루페인트는 고 한정대 선대회장-한영재 회장-한원석 상무로 이어질 3세 세습경영이 진행 중이지만, 페인트사업 꽃으로 불리는 건축용 페인트 사업만큼은 김수경 대표에게 전적으로 맡겼다. 삼화페인트 또한 고 김복규 선대회장-김장연 사장에 이은 3대 세습경영이 확실시되고 있지만, 오진수 대표를 김 사장과 함께 공동대표로 올려 사실상 오 대표가 실무적인 사업을 이끌어가게 만들었다.
김수경 대표는 기술직 평사원 출신으로 노르페인트에서만 약 35년간 걸어와 실권자가 됐고, 오진수 대표 역시 평범한 샐러리맨 출신에서 회사를 최정상으로 올려놓은 공신에 속한다.
양사 모두 전문경영인을 외부 전문가 영입이 아닌, 회사를 가장 잘 알고 믿을 수 있는 내부 정통파 출신으로 올려 세웠다는 점에서 똑같다. ‘페인트’라는 한우물만 파온 기업 성격상 내부 출신이 가장 적합한 전문가라는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그런 만큼 이들의 경영 행보도 닮았다. 두 대표 모두 회사 바닥부터 훑어와 내부사정에 정통한 만큼 ‘소통경영’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CEO와 함께하는 도시락 미팅’과 ‘전 부서 팀장들과의 간담회’를 정기적으로 실시해 시스템 개선에 주력했고, 오 대표 역시 ‘연구원커뮤니티’ 모임을 정기적으로 운영, 선임‧주임연구원과의 직접 소통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위기탈출 사업 대처 방안도 같다. 두 기업 모두 백년 가까이 페인트 사업 하나에만 집중해 온 만큼, ‘친환경’적인 혁신적제품 개발과 글로벌전략을 통한 페인트 한류화, B2C(기업 소비자간 거래) 시장 확대에 똑같이 주력하며 경쟁 중이다.
특히 자동차 등 전방산업의 영향을 많이 받아 어려운 상황에 처한 만큼 양사 모두 김 대표와 오 대표에 거는 기대 또한 막중하다.
이에 따라 김 대표는 당장 ‘건축용 페인트’ 분야에서 삼화페인트를 잡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대단하다. 전체 페인트시장을 놓고 보면 노루페인트고 앞서고 있지만, 페인트 시장 핵심 사업분야를 빼앗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김 대표는 한발 빠르게 해외진출에 나선 점을 활용, ‘아시아 메이저 페인트’로 승부를 건다는 전략이다.
오 대표는 취임한 2014년 최강실적을 기록하는 쾌거를 달성했음에도 불구, 이후 계속 실적 하락 압박을 받고 있다. 오 대표는 지난해 돌파구로 찾은 베트남과 인도 등 해외시장에서 매출을 확보해야만 한다. 이에 오 대표는 R&D 비용에 매출액 대비 4.1%를, R&D 인력에 전체인력 중 25%를 투입하는 등 승부수를 던진 상태다.
노루페인트는 그룹 전체 매출로 보면 1조원이 넘는 대형기업으로, 삼화페인트(매출 약 5000억원)에 크게 앞선다. 하지만 페인트의 꽃이라 불리는 ‘건축용 페인트’ 분야에선 삼화페인트가 업계 최강자로 1위다. 이처럼 절대적인 라이벌 관계가 형성돼 있는 이들 대표는 3세 세습경영 돌입 이전에 ‘라이벌 경쟁’의 종지부를 찍고 우위를 선점한다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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