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가상화폐의 최대 강점인 익명성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고 있다. 거래 당사자 파악이 힘들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 고액자산가들이 탈세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국가에서 가상화폐는 아직 법적 지위를 부여받지 못한 상태다. 국내 역시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법정통화가 아니고 자금세탁방지법상의 금융거래 정보 대상도 아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가 현실적으로 '자산'의 영역 안에 들어왔지만 이를 과세할 근거가 없는 셈이다. 실제로 비트코인을 구입한 후 자녀에게 물려주더라도 국가는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
하루 24시간 거래되고 가치 변동폭이 몇 시간 만에 50%를 웃도는 등 변동성이 높기 때문에 명확한 과세 기준을 잡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그나마 물려받은 비트코인을 당장 현금화한다면 양도세 부과 여부를 다퉈볼 수 있겠지만, 자녀가 비트코인을 받은 뒤 수십년에 걸쳐 조금씩 현금화해 사용한다면 세금 탈루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바로 현금화하지 않고 거래소 안에서 비트코인을 다른 가상화폐와 반복적으로 사고 팔아도 자금 추적이 쉽지 않다.
일본이 가상화폐 지급결제를 합법화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가상화폐의 성장 가능성을 막지 못할 것이라면 아예 제도화시켜 사용처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탈세를 방지하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상화폐를 무작정 제도권 밖으로 밀어내기보다는 오히려 어느 정도 금융규제의 틀 안으로 집어넣어 관리하는 것이 요구되는 시기"라며 "가상화폐 거래로 발생한 소득을 과세대상 소득으로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과세표준 산출방식 및 적용세율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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