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차이나 김중근 기자 = 중국 정부가 초미세먼지(PM2.5) 수치를 발표하기 시작한 것은 2013년부터다. 스모그 공포가 확산되면서 ‘스모그 경제’라는 용어도 생겼다. 이 용어는 스모그 문제가 날로 심해지면서 철강 등 대기오염 유발 산업을 규제하고 스모그 피해 방지 제품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나타난 경제현상을 말한다.
‘스모그 경제’로 인해 일부 소비재와 서비스가 각광을 받고 있다. 차량 제한과 과잉생산 해소 등 대기오염 개선책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기오염은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다. 스모그에 대한 불안도 여전한 상황이다.
중국청년보가 지난 2월 전국 2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스모그 때문에 불편하다’는 답변이 70%에 달했다. 또 응답자의 52.6%가 ‘스모그 때문에 별 일 없으면 아예 외출하지 않는다’고 답해 대기오염에 대한 일반인들의 심각한 우려를 반영했다.
지난해 12월 16일 베이징시 정부는 ‘스모그 레드 경보’를 발령했다. 레드 경보 발령은 20일까지 5일간 계속됐다. 그 5일동안 중국 2위 전자상거래업체인 징둥닷컴(JD.com)에서는 총 11만 대의 공기청정기와 1500만 개의 마스크가 팔려나갔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10% 증가한 수치다.
올들어 1월 1~8일동안 내려진 ‘오렌지 경보’ 기간에는 총 1179만개의 마스크와 28만 대의 공기청정기가 징둥닷컴을 통해 판매됐다. 중국의 ‘스모그 경제’를 잘 설명해주는 사례다.
스모그 경보는 옐로우, 오렌지, 레드 등 총 3단계로 구분된다. 경보 등급은 가시거리와 PM2.5 농도를 기준으로 정해진다. 예를 들어 옐로우 경보는 ‘6시간 내 가시거리 2000m 이하’의 스모그가 발생할 경우에 발령된다.
가정용 공기청정기뿐만 아니라 차량용 공기청정기도 ‘스모그 경제’의 수혜 품목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12월 로컬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도 차량용 공기청정기(가격은 499위안)를 출시했다.
대기오염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미세먼지를 차단해주는 마스크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중국 방진마스크 시장은 스모그 문제가 부각되기 시작한 2013년 1억 위안에서 올해 1월 20억 위안으로 급팽창했다. 징둥 조사에 의하면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마스크 브랜드는 3M, Honeywell 등 외국 브랜드로 나타났다. 현지 업계에서는 미국 기업 3M이 중국 방진마스크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스모그 예방용 화장품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들이 ‘항(抗)스모그’ 화장품을 선보이며 중국인들의 ‘스모그 탈출’ 욕구를 저격하고 있다. 일본 화장품 브랜드 이하다(IHADA·시셰이도 계열)가 출시한 ‘항 PM2.5 미스트’는 하이타오주(海淘族·중국 해외직구족) 사이에서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스모그는 중국인의 식품 소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버섯과 배로 만든 음식 등 기관지와 폐에 좋은 식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관광업계도 호황을 맞고 있다. 베이징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스모그 탈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이 베이징 시민을 위해 선보인 ‘스모그에서 탈출’ 패키지 여행상품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공기가 나빠지면 외출을 삼가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배달음식업도 활황을 맞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배달앱 어러머(ele.me) 따르면 스모그 오렌지 경보 또는 레드 경보일 경우 배달 주문량이 30% 가까이 늘어난다.
공기 질이 눈에 띄게 개선되지 않는 한 공기청정기와 방진마스크 등 환경보호산업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한 중국 당국의 품질 점검과 규제도 강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환경보호산업을 국가가 중점 육성하는 7대 신흥산업 중 하나로 지정해 육성하고 있다. 대기오염방지 설비의 경우 우리 기업들에게 중국은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환경설비 수입수요가 큰 반면 환경기술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시장에서 수입산 탈황 탈질 설비와 촉매는 독일(RBT, AFRISO)과 스웨덴(ABB), 일본(미츠비시 중공업) 제품이 많이 유통되고 있으며 경쟁이 치열하다.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시장을 독식하기 전에 중국의 대기오염방지 설비시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