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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게이트와 러시아 스캔들의 평행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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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08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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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7월 16일 상원 청문회에서 워터게이트 사건에 대해 증언하는 알렉산더 버터필드 닉슨 부보좌관. 그는 이 자리에서 닉슨 대통령 집무실에 녹음 장치가 설치되어 있으며 워터게이트 사건의 은폐를 지시한 내용이 녹음돼 있다고 폭로했다. 외신들은 8일(현지시간)으로 예정된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의 의회 증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탄핵으로 이끌 기폭제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사진=AP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오는 8일 오전 10시(현지시간) 제임스 코미 FBI 전 국장이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러시아 스캔들에 관해 증언을 할 예정이다.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CNN은 물론 ABC와 CBS, NBC 등 미국 주요 매체들은 일제히 생중계를 예고했다. 한국시간으로는 8일 오후 11시부터다.

이날 청문회에서 코미 국장은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에 대한 FBI 조사 내용, 러시아와 트럼프 캠프와의 유착 관계, 5월 9일 FBI 국장에서 전격 해임되기 전 트럼프 대통령과 나눈 대화 내용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러시아 스캔들이 닉슨 전 대통령의 하야를 이끈 워터게이트와 상당히 닮아있다고 지적한다. 전문가 중 한 명은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부터 버락 오바마 정부까지 미국 정보 당국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제임스 클래퍼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다. B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그는 7일(현지시간) 러시아 스캔들이 미국 역사상 최대 정치 스캔들로 꼽히는 워터게이트보다 더 심각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의 하야를 촉발한 워터게이트가 어떻게 전개됐는지 먼저 알아봐야 한다.

워터게이트는 1972년 6월 17일 새벽 다섯 명의 남성이 워싱턴 DC 소재 워터게이트 호텔의 민주당 전국 위원회(DNC) 사무실에 침입했다가 체포되면서 시작됐다. 용의자들은 단순 절도를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의 수첩에는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의 연락처가 적혀있었고 이들을 변호하기 위해 거물급 변호사들이 등판하면서 의혹은 커졌다. 닉슨 대통령은 이들과의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스캔들 속에서도 닉슨 대통령은 11월 7일 재선에 도전해 압승을 거두었다. 그렇지만  의혹은 가라앉지 않았고 이듬해인 1973년 4월 백악관 고위 관리들이 워터게이트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일종의 꼬리 자르기였다.

5월에는 백악관 개입설을 조사하기 위해 특검이 출범했다. 7월 16일에는 알렉산더 버터필드 닉슨 부좌관 상원 청문회에서 닉슨 대통령이 지금까지 계속 도청을 해왔으며 사건 은폐를 지시했다는 폭탄을 터뜨렸다. 쌓여가는 증거 속에서도 닉슨 대통령은 개입을 부인했다. 특검의 녹음 테이프를 공개하라는 요구를 무시하다가 10월 20일에는 특검을 해체하는 “토요일 밤의 학살”을 저질렀다.

그해 12월 닉슨 대통령은 일부의 테이프를 제출했지만 일부가 삭제된 상황이었다. 닉슨 대통령에 대한 여론은 더욱 악화됐고 1974년 5월 미국 하원은 닉슨의 탄핵 절차에 착수했다. 법원은 닉슨에게 추가 테이프를 제출하라고 명령했고 닉슨이 제출한 테이프에는 그가 워터게이트 사건을 은폐하려고 직접 시도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탄핵이 확실시되자 그는 1974년 8월 8월 하야를 택했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과의 유사성이 구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2016년 7월 러시아 해커들은 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 이메일을 해킹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 대한 '뒷담화'가 담긴 내용을 언론에 뿌렸다. 트럼프 대통령 그해 11월 클린턴을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2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약 보름 만에 그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부 보좌관이 러시아 내통의혹으로 사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듭 러시아 내통설을 부인하고 언론이 가짜뉴스를 퍼뜨린다고 비난했다. 

3월에는 제임스 코미 FBI 전 국장이 2016년 대선에서 러시아 대선개입 의혹을 정식 수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코미 국장에게 플린과 관련된 러시아 스캔들 수사 중단을 요구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한 것으로 코미 국장과 여러 외신은 전하고 있다. 그리고 5월 9일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국장을 전격 해임하기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코미 해임을 '토요일 밤의 학살'에 비유한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닉슨 대통령처럼 러시아의 해킹을 알고 있었거나 지시하는 등 직접적인 관련이 있어 수사 중단을 종용한 것이라면 틀림없는 탄핵사유다. 다만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이 없는 상황에서 측근 수사에 불만을 표한 것이라면 사법방해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이 FBI 수사 대상에 대통령 자신이 없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이유다.

지금까지는 워터게이트와 러시아 스캔들이 유사하게 전개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두 사건 모두 결과가 대통령 퇴진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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