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문재인 정부의 노노(勞勞) 대타협안을 주목하라.”
출범 한 달을 넘긴 문재인 정부가 고용의 이중구조 해소를 위한 노노 대타협에 나설지 이목이 쏠린다. 그간 비정규직을 벼랑 끝으로 모는 정규직 노동조합(노조)의 이기주의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았다. 개혁진보정권인 문재인 정부에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 간 사회적 대타협안 가이드라인 제시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다.
하지만 멀더라도 가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30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서 “경제 민주주의를 통한 사회대통합”을 역설했지만, 이 문제에 대해선 여전히 소극적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드라이브를 걸었던 비정규직 제로(0) 시대, 4대강 사업 감사, 돈봉투 감찰 지시 등 숱한 업무지시에 노노 갈등 해소를 위한 대타협안은 없었다.
◆정치권, 엇갈린 노동 이중구조 원인진단
현재 당·청은 보수정권 9년2개월간 단행된 정규직의 권한 축소가 아닌 비정규직 대책을 통해 노동의 이중구조를 해소해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정규직의 유연성 확대-비정규직 권한 강화’보다는 비정규직 제로를 통해 이 문제의 근본 문제를 타파하겠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는 ‘1000만명 비정규직·1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 550조원’ 등을 든다.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소득 양극화의 주된 원인으로 본 셈이다.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인 김진표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을 비판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향해 “경총은 사회 양극화의 주요 당사자”라고 비판한 것도 같이 맥락이다.
당·청의 원인 진단과 다른 시각도 있다. 현 노동시장의 문제점은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동시장 구조에 있다는 것이다. 전체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대기업 정규직이 10%에 불과하지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조직된 상층 노조가 이들만 대변한 결과, 대기업과 중소기업, 협력업체, 하청업체 등의 경쟁이 이중 구조화됐다는 얘기다.
◆기아차, 비정규직 노조 분리…“동일노동 동일임금 대안”
문제는 정치권이 노노 대타협안을 마련하지 못한 사이, 정규직 노조의 비정규직 노조 밀어내기도 현실화됐다는 점이다. 지난 4월 71.7%로 가결된 기아차 노조 비정규직 분리 투표가 대표적 사례다.
노동시장 효율성은 떨어지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는 확대된 것도 문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9월 발표한 한국의 노동시장 효율성은 77위다. 10년 전인 2007년 대비 53위 하락했다. 노사 간 협력관계도 132위에 그쳤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지난해 6월 기준)’에 따르면 대기업(300인 이상)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총액은 3만530원인 반면 대기업 비정규직은 1만9147원,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각각 1만6076원과 1만1424원에 불과했다. 대기업 정규직이 100만원 벌 때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37만원밖에 손에 못 쥔 셈이다.
전문가들은 “민주노총 등 상층 노조가 비정규직의 고통 분담을 나누려고 하지 않는 연대 실종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한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정치가 비정규직보다 정규직 중심의 이익을 과대 대표한 결과,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이익을 통합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안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다. 채 교수는 “노조의 비정규직 임금차별과 조합원 배제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면서도 “우파정부인 일본의 아베도 이 정책을 추진하는 데 우리는 주요 어젠다가 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는 재벌과 노조의 기득권 축소가 전제되는 만큼, 사회적 대타협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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