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종영한 JTBC 드라마 ‘맨투맨’(극본 김원석·연출 이창민) 역시 마찬가지다. 국정원 고스트 요원 김설우가 톱스타 여운광(박성웅 분)의 경호를 맡으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그린 드라마 속, 박해진은 임무 완수율 100%의 국정원 최정예 요원 김설우 역을 맡았다.
김설우를 통해 여러 이미지를 표현해내고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 것은 박해진의 몫이었다. 한 인물을 통해 다양한 변주를 일궈낸 박해진을 만나 드라마 ‘맨투맨’과 김설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촬영을 마친 지는 시간이 꽤 흘렀다
- 촬영은 두 달여쯤 마쳤다. 사전제작 드라마를 찍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 여러 가지 장점 및 문제점을 알게 됐다. 라이브로 찍는 드라마의 경우 정말 힘들고 고되니까…많은 점이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극단적 표현이긴 하지만 배우나 스태프들이 조금 더 사람답게 촬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 하지만 스태프들보다 우리가 더 우대받는 건 사실이다. 스태프들이 조금 덜 고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전제작 드라마가 자리를 잡아야 배우·스태프들도 처우가 좋아질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책임감을 느낀 것 같은데
- 현장에서 보이지 않은 부담감이 있었다. 좋게 작용한 경우다. 특히 이번엔 더욱 가족처럼 친근한 분위기에서 촬영하려고 했다.
사전제작의 경우 자신의 연기를 더 냉정하게 지켜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기도 한데
-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하하. ‘맨투맨’은 사전제작이지만 거의 라이브로 촬영했기 때문에 빠듯했다. 조금 더 시간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래도 다른 드라마와는 달리 모니터 확인도 하고 앵글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라이브로 찍을 땐 이런 것들이 사치로 느껴질 때가 있어서….
김설우의 첫인상은 어땠나?
- 멋진 사람이다. 조금 따듯하게 표현이 됐지만, 기본적으로는 차가워 보였으면 했다.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사람처럼 보이되 여운광·차도하를 만나며 변화하는 모습이길 바랐다. ‘더 입체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면 입체적일 수 있지만 정확한 선이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여러 가지 생각과 의견을 반영한 후 최종적으로 나온 것이 지금의 김설우다.
김설우는 과하다 싶을 만큼 멋진 캐릭터기도 한데
- 멋있어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그렇게 연기 안 했을 거다. 하하하. 재미없었을 것 같다. 작가님께서 저를 보고 ‘생각 보다 웃겨서 놀랐다’고 하신 것처럼, 그런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김설우 캐릭터에 아이디어를 추가하거나 현장서 만들어간 부분도 있을까?
- 많은 부분이 현장에서 만들어졌다. 표정이나 작은 디테일 같은 것들. 감독님께서도 좋아해 주셔서 캐릭터가 점차 완성된 것 같다.
이번 작품을 통해 여러 연기를 선보일 수 있었다. 만족스러운가?
- 만족해본 적은 없다. 현장에서는 늘 부족하게 느껴진다. 어떨 땐 너무 과하고, 어떨 땐 너무 밋밋하고…. 그 선을 정하는 게 힘들다.
액션 연기는 어땠나?
- 그리 어려운 액션이 아니라서…. 하하하. 거기다 가볍게 상대를 제압해버려서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현란한 액션보다는 살생 기술을 익히고 무술을 배워나갔다. 다른 작품들에서도 이런 기술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설우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캐릭터다. 그의 전사나 빈칸 채우기는 어땠나?
- 설우가 어떻게 태어났고 그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싹 지웠다. 서사를 설명하기 시작하면 다시 프리퀄이 되더라. ‘굳이 알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지워버렸다.
박해진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연기를 한데 모아놓았다는 생각도 든다
- 저는 감정을 폭발시키는 연기는 잘 못 한다. 실제로도 평화주의자다. 화를 내본 적이 별로 없다. 그리고 배우로서 나만의 필살기가 있다면 잘하는 것만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배역의 문제가 아니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연기가 뚜렷하다면 그 점을 살리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어떤 캐릭터를 두고 ‘이건 박해진이 가장 잘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굳이 연기 변신을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김민정·박성웅과의 케미스트리가 돋보였다. ‘케미 요정’이라 불리는 비결이 있다면?
- 이런 얘기 하면 별로 안 좋아하실 텐데…. 하하하. 케미의 비결은 너무 튀지 않게 생긴 것이다. 못생긴 것과는 다른 이야기다. 어디에서도 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역할이든, 저 역할이든 어디에 있어도 그럴 법하다는 게 제 장점이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박해일 선배님이다.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한 느낌? 저 역시 그런 걸 잘 표현해내고 싶다.
‘맨투맨’을 통해 얻은 게 있다면?
- 이 작품은 앞으로도 제게 애정 하는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새로운 컬러를 보여줬고 좋은 작가, 감독님과 만나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다. 회사에서 제작한 첫 드라마기도 해서 제게는 여러 의미가 있다.
대중들에게 박해진은 바른 이미지가 박혀있다. 그에 대한 부담감도 있을까?
- 부담감을 느낄 정도로 활동하지는 않는다. 기부나 세월호 팔지를 착용하는 정도지. 기부는 꾸준히 하고 있고, 그게 앞으로도 제가 일을 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하하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세월호 팔찌의 경우에는 3년 정도 끼겠다고 스스로 다짐을 했었다. 얼마 전 팽목항을 다녀오고 나서 뺐다. 이제는 좋은 곳으로 보내줘야 한다는 마음이 들어서였다. 팔찌를 풀고 팽목항에 갔는데 마음이 이상하더라. 1주기, 2주기에 갔을 땐 늘 비가 왔는데 그날따라 날씨가 정말 좋더라. 얄궂기도 했다.
드라마를 끝났지만, 현재 영화 ‘치즈 인 더 트랩’을 촬영 중이다
- 총 40회차 정도를 찍는데 8회차 정도 남았다. 감정적으로 중요한 신들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24일쯤 크랭크업할 예정이다.
드라마와 차이점이 있다면?
- 드라마의 경우에는 일주일에 두 편씩 16부작을 담았고, 영화는 엑기스·임팩트만 담았다. 영화적 요소들이 들어가 있고 웹툰에 없었던 요소들도 첨가됐다. 스릴러적인 부분이 더 강조돼 긴장감 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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