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무능해도 무책임하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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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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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림 전국부장]

아주경제 권석림 기자 = 우리나라는 1970년대부터 고속도로 건설, 자동차·조선공업의 육성·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눈부시게 발전해 왔다. 그러나 여전히 전반적으로 수송력이 부족하다.

서울시는 교통지옥으로 상징된 지 오래다. 대책을 내놔도 약발이 안 먹힌다. 혼잡 교통요금 징수 등 갖가지 차량 증가 억제책도 소용없다. 하루 수백대씩 차량이 늘면서 교통 혼잡이 평일에도 일상화된 지 오래다.

지하철과 버스의 단점을 보완한 대중교통 수단으로 경전철이 있다. 도심과 도심 사이의 운행을 목적으로 한 일종의 철도차량이다. 보통 2량으로 운행되며, 도시철도 시스템 중에서 자동화된 차량운반방식을 기존 궤도철도 시스템에 맞게 적용했다. 선진국에선 198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실용화됐다. 기존 도로변이나 도로 위에 건설할 수 있어 건설비용이 지하철에 비해 저렴하다. 지방자치단체가 경전철을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선호하는 이유다.

경전철이 요즘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국내 민간투자사업 가운데 처음으로 파산 결정이 난 의정부 경전철은 개통 4년10개월 만에 3000억원이 넘는 누적적자에 결국 손을 들었다. 지자체 등이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을 유치해온 가운데 민간투자사업이 파산에 이르게 된 것은 국내 처음이다.

지난달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은 의정부경전철의 계약해지 지급금 및 손해 배상금을 둘러싸고 의정부시와 사업시행자는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앞으로 치열한 법적 소송전이 예고된다. 시는 파산의 책임을 30년간 운영키로 한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사업시행자에게 돌렸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수요 예측을 정확히 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것에 대해 시는 자유롭지 못하다. "철저히 준비해 왔고 치열하게 대응해 왔다"고 항변하지만, 파산은 시의 시련이며 곧 시민의 고통이다.

의정부경전철은 2012년 개통 당시 하루 약 8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첫해 이용객은 하루 평균 1만여명에 불과했다. 정부와 시가 예상 이용객을 과다하게 잡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드는 대목이다.

한 단체는 "정부의 민간투자 사업에 대한 환상이 커 추진된 사업"이라며 "이용객 수익금으로 투자금을 만회하려다 보니 연구기관에서는 이용객을 부풀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전철 사업을 추진하면 통상 인구 대비 10%를 이용객으로 예상한다"며 "의정부시 인구 44만명을 고려하면 4만명 정도로 예상했어야 했다"는 학자도 있다. 

타 지자체가 추진하는 사업도 심각하다. 용인과 김해 경전철 등도 막대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용인경전철은 이용객이 적어 연간 200억원 이상을 용인시가 부담하고 있다. 김해경전철은 해마다 400억원의 세금이 투입되고 있다. 800억원이 투입된 인천 월미은하레일은 10년 가까이 방치되고 있다. 벌써부터 제2, 제3의 ‘의정부경전철’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들 사업이 무능과 무책임한 행정조치를 보여준 전형적 사례로 지목받고 있다. 설익은 정책으로 불필요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허비하는 경우를 가끔 본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아 왔다. 그럼에도 이러한 무능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무능한 행정의 정책 결정 뒤에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건 더 큰 문제다. 대부분 지자체 사업은 자치단체장의 치적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기관 또한 객관적인 자료 조사에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굵직굵직한 사업 등은 정확한 수요 예측을 위해서라도 해당 기관은 객관적인 조사를 해야 한다. 아울러 정책을 추진하고 결정함에 있어 그 주체인 지자체는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아니면 책임회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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