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론 끓는데 각료들은 칭찬일색..'이상한' 각료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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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1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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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각료회의 모습 [사진=AP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이하 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첫 전체 각료회의를 열었다. 러시아 스캔들로 탄핵론마저 제기되는 상황에도 아랑곳 않고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자신의 업적을 부각시키는 게 집중했다. 전례 없이 각료들 사이에서는 대통령에 ‘아첨’하는 장면까지 연출됐다. 

◆ 트럼프, 각료회의를 재창조하다? 

이날 백악관이 유튜브 공식 채널에 공개한 영상은 무려 그 길이가 무려 23분에 달했다. 그 중 절반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치적을 강조한 것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각료들의 트럼프 핵심 어젠다에 대한 칭찬세례였다. 일반적으로 공개되는 영상은 대통령이 각료회의를 시작하면서 5분 가량 각종 현안에 관해 말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번엔 완전히 달랐다.

영상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일자리 증가, 감세, 에너지 산업 부흥, 불법이민 제한 등 세세한 추진 정책들을 열거하면서 자찬을 12분 동안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공황에 대처했던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전 대통령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이만큼 많은 입법을 추진하고 많은 성과를 낸 대통령은 과거 없었다”고 강조했다. 

더 이상한 부분은 이제부터다. 말을 마친 대통령이 참석한 모든 각료들에게 돌아가면서 한 마디씩 할 것을 권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클 펜스 부통령부터 지목했다. 펜스 부통령은 “부통령으로 일하게 되어 일생의 영광”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그 옆에 앉은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에게 고갯짓을 했다. 러시아 수사를 둘러싼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사퇴론까지 나왔던 세션스 장관은 “이 자리에 있어 영광이다. 우리는 법집행기관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추켜세웠다. 라인스 프리버스 미국 대통령 비서실장은 한술 더 떠 대통령에게 “당신의 어젠다와 미국인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칭찬이 쏟아질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소를 띠우며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당장 ​미국 언론들 사이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CNN은 "역대 가장 이상한 각료회의"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각료회의를 재창조했다”고 비꼬았다.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외부의 압박에 성난 트윗이나 요란한 자화자찬 등으로 대응했다면 이번에는 각료들의 칭찬에 흠뻑 빠진 모습을 공개하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꼬집었다.

CNBC의 존 하우드 기자는 백악관을 드나든지 30년이 넘었지만 대통령이 제 손으로 뽑은 각료들의 아첨을 대중에 오랫동안 노출시킨 것은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과 같은 독재적 지도자들에게 측근들이 내놓는 사탕발림과 다를 것이 무엇이냐고 꼬집었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각료회의를 풍자하는 영상으로 화제가 됐다. 그는 비서진들로부터 아첨을 받는 영상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게시하고 “오늘 세계 역사상 최고의 실무진들과 위대한 회의를 했다!!!”고 적으며 트럼프 대통령을 흉내냈다. 

◆ 트럼프 실상은...총체적 난국 

이날 각료회의는 최근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의 폭탄 증언 이후 조직을 다잡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대통령에 대한 절대적 지지를 외부에 보여줌으로써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려는 시도라는 분석이다. 그렇지만 이 마저도 백악관 바깥 분위기를 완전히 무시한 행보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잇단 악재에 취임 초기부터 역대 최악의 지지율 속에서 휘청거리고 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의 정당성까지 흔드는 러시아 스캔들이 문제다. 세션스 법무장관은 13일 상원 정보위 청문회에서 이와 관련한 공개 증언에 나설 예정인데 미국 언론들은 대통령이 러시아 수사에 외압을 넣었다고 주장한 제임스 코미 FBI 국장에 이어 세션스 장관이 어떤 폭탄 발언을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주요 매체에서 탄핵 가능성을 타진하는 기사가 쏟아지고 민주당은 코미 국장의 증언 이후 사법방해 공세를 높이고 있다. 12일 브래드 셔먼 하원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헌정을 방해하고 미국인에 상처를 주었다며 탄핵 문구를 공개하고 하원에서 강제 투표를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검마저 해임할 것이라는 시각이 제기되는 등 러시아 스캔들은 언제고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헌법 위반으로 피소되기도 했다. 미국 정부 관리는 헌법 보수조항에 따라 외국 정부로부터 선물이나 기타 이익을 받지 못하도록 금지되어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워싱턴DC와 메릴랜드 주 검찰총장은 트럼프 가문이 해외 호텔이나 골프장을 통해 외국 정부로부터 수입을 얻은 것이 여기에 위배된다면서 대통령을 상대로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그밖에도 이슬람 6개국 국민의 입국 금지를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은 12일에도 법원에 제동이 걸렸다. WP에 따르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제9 연방항소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수정 행정명령 효력을 중단할 하급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라고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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