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삼성의 미래성장동력 발굴이 지연되고, 이 틈을 노린 경쟁사들의 맹렬한 추격으로 삼성이 글로벌 주도권 경쟁에서 자리를 내주는 사태가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초 이달 말로 예상됐던 이 부회장에 대한 1심 판결이 최대 10월 말까지 연기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면서 사상 초유의 '삼성 총수의 공백 사태'는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공판은 지난 4월 7일 이후 이달 12일까지 총 30차례 진행됐다.
이로 인해 당초 이달 말로 예정됐던 1심 판결은 8월 말로 미뤄졌다가 공판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결심공판 기일인 10월 말까지 연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재판부가 당초 일정을 맞출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는 사안인 데다가 특검 측과 이 부회장 측 간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재판부도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지금까지 진행된 재판 상황만 놓고 보면 이 부회장 측에 다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특검이 신청해 법정 증언대에 선 30여명의 증인 대부분이 조사 때와는 다른 증언을 내놓으며 수사 과정에서 압력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당초 20여명의 증인신문을 신청했던 특검은 여러 이유를 들어 증인 수를 40여명으로 늘렸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대가성 청탁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추정에 바탕한 ‘묵시적 청탁’ 혐의만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특검의 공소내용을 보면 이 부회장의 유죄 혐의를 입증할 만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며 "이 부회장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특검 스스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수치로 보면 화려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그 어느 때보다 가장 위기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9조9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데 이어 2분기에는 최대 14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지난 2013년 3분기에 기록한 10조16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특히 반도체 사업 부문의 경우 인텔을 제치고 사상 첫 반도체 업계 매출 1위를 달성할 것이 확실시된다.
하지만 그 이면은 사뭇 다르다. TV 시장에서조차 경쟁사에 밀리며 시장 1위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 1위 삼성의 경영이 정상화하려면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이 부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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