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 발언 이후 베트남 정부는 미국의 자작극인 ‘통킹만 사건’으로 시작된 전쟁에 한국군이 참전한 상황에서 전쟁을 칭송하는 발언에 대해 즉각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부는 추념사의 취지는 베트남 전쟁에 관한 부분이 아닌 국가를 위해 희생한 참전 군인에 대한 처우 개선을 강조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지난 대선 운동 기간 동안 보수진영 후보들로부터 안보 프레임 속에서 집중 공격을 당한 문재인 정부가 과거 ‘가짜 보수들’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번 사건은 그 가운데 발생한 해프닝이라는 분석이다. 베트남의 과거사에 대해 존중을 언급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 등 참여정부 인사들의 인식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TV토론에 출연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로부터 자신의 저서인 ‘운명’에 언급된 베트남 전쟁에 관한 소회를 두고 공격을 받은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토론 현장에서 ‘월남(베트남)의 패망’과 미국의 패전에 대해 저서에서 서술한 바와 일치한 해명을 유지했다. 참여정부 시절 노 전 대통령 또한 지난 2004년 해방 50주년 기념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를 방문해 “베트남에 마음의 빚이 있다”며 존경의 뜻을 표명한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4년 10월 10일 해방 50주년을 기념해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를 방문했다. 이날 베트남 독립의 영웅 ‘호치민’ 묘소를 참배 후 '쩐 득 르엉' 베트남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과거사에 대한 '마음의 빚'을 언급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베트남의 오랜 역사는 옛날에서부터 많은 나라와 민족이 고난을 겪었고 그것을 극복하는 것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며 “그래서 우리들이 그런 과거의 먼 역사를 보면 동질성을 갖고 또 상호존경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 국민들은 베트남에 대해 마음의 빚이 있다. 마음의 빚이 있기 때문에 그만큼 베트남의 성공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1960년대 개발도상국에 머물던 한국은 미국의 원조를 바탕으로 성장을 꾀하는 가운데 혈맹인 미국이 주도한 전쟁에 참전했다. 그러나 이같은 실리적인 판단 이면에 정의와 역사의 관점에서 과거를 성찰해보면 베트남에 대해 ‘마음의 빚’이 남아있다는 자기 고백에 가까운 반성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일 제62회 현충일 추념사에서 “베트남 참전용사의 헌신과 희생을 바탕으로 조국경제가 살아났다"며 "폭염과 정글 속에서 역경을 딛고 묵묵히 임무를 수행했고, 그것이 애국이었다”고 말했다.
또 "이국의 전쟁터에서 싸우다가 생긴 병과 후유장애는 국가가 함께 책임져야 할 부채"라면서 "이제 국가가 제대로 응답할 차례로 합당하게 보답하고 예우하겠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된 부분은 ‘참전 용사의 헌신과 희생’에 대한 칭송과 참전이 애국의 일환이라는 해석이다.
추념식 후 지난 13일 베트남 정부는 베트남 전쟁 참전 한국 군인들에 대한 문 대통령의 추념사에서 경의 표명에 대해 반발했다.
베트남 외교부는 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와 관련해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을 통해 우리 정부에 항의했다. 또 지난 12일 베트남 외교부 홈페이지에 "한국 정부가 베트남 국민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양국 우호와 협력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언행을 하지 않을 것을 요청한다"며서 레 티 투 항 대변인 명의의 입장을 실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지난 13일 즉각 브리핑을 통해 해명에 나섰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국과 베트남은 1992년 수교 이래 과거를 덮고 미래를 지향한다는 공통된 인식 하에 양국 관계를 끊임없이 발전시켜왔다"며 "현충일 추념사는 국가의 명에 따라 헌신한 군인들에 적절한 처우가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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