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감비아, 상투메 프린시페에 이어 파나마까지. 대만독립을 주장하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당선된 이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한 국가가 3개로 늘어났다. 현재 남아 있는 대만의 수교국은 20개국이다. 중국 매체들은 '대만단교 중국수교' 도미노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13일 베이징에서 이사벨 세인트 말로 파나마 부통령 겸 외교장관과 '중국과 파나마 외교관계 수립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이로써 양국은 정식 수교관계를 맺었다. 파나마는 수교발표 40분 전에야 대만에 단교를 통보했다. 중국이 '하나의 중국' 방침을 내걸고 있어서, 중국과 수교를 위해서는 대만과 단교해야 한다. 중국과 대만의 국력이나 글로벌영향력이 큰 격차가 나는 만큼, 대만의 수교국이 '대만단교 중국수교'를 희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소셜미디어 매체인 협객도(俠客島)는 바티칸과 아프리카의 2개 국가가 조만간 대만과 단교할 것이라고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14일 전했다. 매체는 "대만과의 단교는 국제적인 대세이며, 단교 도미노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앞서 환구시보는 "대만 민진당 집권기간에 대만과 수교중인 국가들이 하나도 남지 않고 단교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극단적인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벌어진 일련의 상황들은 경고가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뒷받침한다. 아프리카의 감비아는 2013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의 수교를 원했다. 하지만 중국은 당시 대만 집권당인 국민당 정부를 배려해 수교를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차이잉원 총통이 당선된 후인 지난해 3월 감비아와 외교관계를 복원했다.
서아프리카의 상투메 프린시페는 지난해 12월 20일 대만과 단교한 후 그달 26일 중국과 수교했다. 자금난을 겪던 이 국가는 대만에 경제지원 요청을 했지만, 대만 경제 역시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 거절당했었다. 자금능력이 풍부한 중국과의 수교가 상투메 프린시페의 국익상 이익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파나마의 경우, 최대 무역국이자 파나마운하를 두 번째로 많이 이용하는 중국과 완전한 외교관계를 맺기 위해 10년 전부터 대만과의 단교를 시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SCMP에 따르면 중국과의 수교가 2010년 구체적으로 실행됐으나, 당시 중국은 친중 성향의 마잉주(馬英九) 정부와의 관계를 해칠 수 있다고 판단해 이를 거절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대만과의 단교를 직접 선언한 후안 카를로스 바렐라 파나마 대통령은 당시 외교장관으로서 중국과의 수교 협상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바렐라 대통령은 2010년 중국이 수교 요청을 거절하자 "중국의 결정에 좌절했다"고 파나마 주재 미국대사에게 심경을 밝히기도 했었다.
하지만 차이이원 총통이 등극한 이후 상황은 뒤바뀌었다. 차이 총통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고 있지 않은 만큼, 중국으로서는 파나마와의 수교를 자제할 이유가 없다. 외교 전문가들은 "파나마의 이번 결정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국제사회에서 공격적인 외교정책을 통해 독립 지향적인 차이잉원 정부에 정치적 부담을 가중하길 원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단교 시점 역시 중국이 결정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SCMP에 전했다.
파나마의 중국수교는 대만으로서는 아픔이 크다. 대만은 1912년 중화민국 시절부터 파나마와 수교하고 107년간 공식관계를 유지해왔다. 국민당 정부가 대만으로 패퇴한 이후 1954년 다시 수교했으며, 지난해 6월 차이잉원 대만 총통도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지로 파나마를 택했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