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청와대가 삼성의 청탁을 받고 복지부에 압력을 가해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 찬성을 유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합병 반대 가능성이 높은 전문위원회 대신 국민연금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유도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이재용 등에 대한 28차 공판에서 이를 부정하는 증언이 나오면서 특검의 논리가 힘을 잃는 분위기다.
이날 오전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기남 전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실 행정관은 “청와대로부터 합병 관련 지시는 없었다”며 “언론보도 상황에 관련해 청와대에 보고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라고 진술했다.
특검은 이날 김 전 행정관의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김 전 행정관은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정책과 백진주 사무관과 2015년 6월 23일부터 같은해 7월 13일까지 관련 내용이 담긴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김 전 행정관은 백 사무관에게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상황에 대한 내용, 합병이 찬성으로 결정될 것을 대비한 예상 쟁점, 향후 대응 논리 등의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김 전 비서관은 “당시 언론 등에서 삼성 합병 등이 중요한 이슈였고, 아무런 보고가 없다는 선임비서관의 질책이 있어서 관련 자료를 요구했다”며 “복지부 관련 이슈는 제가 관리해야하기 때문에 미리 요청해 관련사안을 검토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전 사무관은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하기로 한 것은 맞지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한 찬성과 반대를 정한 것은 아니었다는 식의 진술도 했다.
그는 “동향보고서를 작성했지만 찬성을 전제로 보고서가 작성된 것은 아니다”라며 “장기수익성과 주주가치 등을 고려할 때 비교적 판단이 명확하단 분석에 따라 투자위에서 판단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 측 변호인은 “부처가 언론보도가 예상되는 사안에 대해 청와대에 상황을 보고하는 건 일상적이고 당연한 일”이라며 “김 전 행정관은 당시 청와대 그 누구로부터도 삼성 합병과 관련한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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