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정공법에 얼어붙는 국회…野 강공모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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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1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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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회동을 마친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회동 내용에 대해 브리핑을 하기 위해 자리에 서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정면 돌파를 택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에 이어 강경화 외교부장관 임명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잇따라 강수를 뒀다.

이에 따라 여야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되는 분위기다. 야당에서는 강하게 반발하는 모양새며, '협치'를 강조했던 문 대통령에게 연일 유감을 표하고 있다. 

◆ 文 대통령, 강경화 임명 강행 움직임에 野3당 '발끈'

문 대통령이 인사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한 것은 추후 국정운영에 있어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정부조직 개편 등 산적한 국정과제들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국회의 긴장감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야당은 이러한 청와대의 행보를 주시하며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5일 한국산업단지공단 인천지역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청와대의 강 후보자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 방침과 관련해 "야3당에 대한 사실상의 선전포고"라고 규정했다.

정 권한대행은 "문 대통령의 밀어붙이기가 현실화된다면 국회 차원의 협치가 끝나는 것은 물론, 야당으로서 보다 강경한 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 다른 정당들과도 긴밀히 협력하고 공동 보조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역시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불편한 입장을 드러냈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cpbc 가톨릭평화방송 '열린 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도대체 대통령은 이 나라를 어떻게, 어디로 끌고 가려고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임명을 강행하면) 협치구도가 깨져버리기 때문에 당분간은 의회의 작동 기능이 상당히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세연 바른정당 사무총장은 "바른정당의 인내심이 임계치에 다다르고 있다"면서 "국회는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하나의 축이고 그 축이 무너지면 국가는 큰 혼란에 휩싸이게 되는데, 청와대의 국회 경시태도가 그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앞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이 강행되자 의원총회를 열고 장외투쟁까지도 고려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강 후보자까지 임명을 강행할 경우, 야3당의 반발이 실제로 어떻게 나타나는지가 관건이다. 추경 심사 등 국회 내에서 이뤄져야 할 활동 자체가 마비되는 것은 물론, 국회와 정부·청와대 간 대화의 통로는 한층 더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날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한국당 정우택·국민의당 김동철·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회동을 통해 입장차를 확인했다. 정 원내대표는 "야3당이 부적격자라고 판단을 내린 분에 대해 (임명을) 강행하려는 것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시했고, 우 원내대표가 청와대에 이런 뜻을 전달하고 재고를 요청드리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野, 김현미 인사청문회서도 '인사원칙' 놓고 공세

이날 마침 국회에서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야당에서는 청와대의 입장을 감안한 듯 김 후보자의 도덕성과 정책 능력 검증에 한층 날을 세웠다. 특히 문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5대 비리' 관련자는 고위공직자 임명에서 배제한다고 했던 인사원칙을 거듭 꺼내들며 김 후보자의 입장을 캐물었다. 

질의가 시작되기 전 최경환 국민의당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어제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국회 인사청문회가 단순히 참고사항일 뿐이라고 말했는데 참으로 우려된다"면서 "청문회 결과를 존중한다고 하진 못할망정 참고만 하겠다는 것은 입법부인 국회를 경시하고 모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그러면서 "상임위에서 뜻을 모아 박 대변인의 공식 사과를 요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후 질의응답 과정에서도 같은 맥락에서 청와대를 향한 불만이 쏟아졌다.

박덕흠 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인사 내용이 정리된 패널을 들어보이며 "이게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 인사참사 현황"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금까지 임명이 내정된 18명 중 9명이 부동산 투기와 위장전입, 탈세, 병역비리 의혹 등이 있다"면서 "대통령은 5대 원칙을 국민과 약속했고 현재 여당은 야당 시절에 이걸 몰랐을 리가 없다. 최소한 대통령이 사과나 유감표명 없이는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이에 대해 "대통령이 이미 국민과 야당께 양해 말씀을 드린 것으로 안다"고만 답했다. 

한국당의 박맹우 의원은 김 후보자가 문 대통령의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한 점, 노무현 정부에서 비서관을 맡았던 경력을 미루어 '코드인사'라고 규정했다. 박 의원을 포함해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를 향해 '선피아(선거 마피아)'라고도 지목했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국회의원은 모두 다 선거캠프에 있지 않나. 그런 식이면 아무도 국무위원을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김 후보자는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당 부대변인 시절 특수대학원에 다니면서 생애 처음으로 써 본 논문이라 여러 실수가 있었을 것"이라며 "많이 부족하고 내세우기 부끄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표절했다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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