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박상인 서울대 교수 "文 정부, 어려운 문제 외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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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17-06-19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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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촛불 시위를 통해 얻은 '절호의 기회' 잡아야

  • 공공부문 일자리로 부족한 일자리 채우는 것 지속가능하지 않아

  • 4차 산업혁명 '육성'? "역주행하는 것"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가 지난 12일 교수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문재인 정부가 구조적이고 중요한 문제, 어려운 문제를 뒤로 미루고 안 보려고 해서 우려가 크다. 경제 구조개혁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단기적인 문제에만 몰두하면) 결국에는 부메랑이 돼 돌아오기 때문에 빨리 깨닫길 바란다." 

최근 서울대학교 교수실에서 만난 박상인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경제 구조개혁에 손을 놓고 있다며,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상인 교수는 <왜 지금 재벌개혁인가>, <삼성전자가 몰락해도 한국이 사는 길> 등의 저서를 통해서 줄곧 재벌 중심의 한국 경제구조에 대해 날 선 비판을 해왔다. 한국 경제가 경쟁력을 갖추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재벌개혁이 가장 시급하다는 주장도 거듭해왔다.

◆ 경제 구조개혁 없이는 집권 3~4년 차 장악력 급락

박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전 정권이 행한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촛불 시위를 통해 얻은 '절호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재벌개혁, 검찰개혁, 일자리 창출이 새 정부의 3대 핵심 이슈다"며 "일자리와 사법개혁은 한 달 반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진전이 있는 반면, 재벌개혁은 아직 특별한 진전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 정부는 전임 두 대통령이 워낙 못해서 반사이익을 보는 측면이 크다"며 "사법개혁 등 적폐 청산에 드라이브를 걸면 내년 지방 선거까지는 지지를 얻을 수 있으나 그 이후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집권 3~4년 차에도 지속적으로 개혁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서는 경제 구조개혁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그는 집권 3~4년 차에는 초기 재정지출 효과 실종,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불확실성 등 한국경제의 대외환경 악화, 반도체 특수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 등 경제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집권 2년 차부터는 사드 이슈가 본격화되면 문 정부의 장악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일자리 창출? 인적 자본 기술력이 있는 중소·중견기업 통해서 가능

박 교수는 "현 정부의 공공부문 중심 일자리 정책은 구조적인 것은 그대로 둔 채 정부 지출을 확대해 정규직·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치는 수준이다"면서 "재벌개혁과 노동개혁을 동시에 추진해서 노동조합과 재벌 양측의 양보를 얻어내는 식으로 진행해야 성공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1970년대 중화학 산업 중심의 제조업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일자리 창출 해법이라는 대안도 제시했다.

그는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는 산업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현재의 물적자본 중심 구조에서 인적자본 기술력이 있는 중소·중견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납품단가 후려치기, 기술 탈취 등으로 중소·중견기업을 압박해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해 온 대기업의 생존 방식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 같은 경제 구조를 바꿔야만 민간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며 "재벌체제가 유지되는 한 민간 부문 일자리는 절대 늘어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공공부문 일자리로 부족한 일자리를 채우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지적했다.

이어 "약자의 재산권이 보호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되면 중소·중견 기업의 혁신이 일어나고 경쟁력 있는 부품 소재 산업들도 자생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 대우조선 1년 연명··· 내년 봄 문제 다시 불거질 것

박 교수는 관치 금융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대우조선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채무조정을 통해서 1년을 연명시켰다. 정부 입장에서는 1년을 생존시켜 시간을 번 셈이다"라며 "내년 봄에 또다시 대우조선 구조조정 문제가 이슈로 떠오를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어 "정부는 1년간 관치금융에서 손을 뗄 수 있는 계획을 만들어서 대우조선 문제가 내년에 또다시 발생했을 때 어떤 액션을 취할지 면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대우조선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서 넘어가면 내년에도 똑같이 계속해서 늪에 빠진다"고 우려했다.

그는 "관치금융을 없애려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궁극적으로 없애고 정책기능만 수행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며 "페이지아웃(단계적 폐지)하는 기간을 거쳐서 폐지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학자 프리드먼이 '규제를 없애려면 규제기관을 없애라'고 했는데 이 말은 우리나라 관치 금융에 딱 들어맞는다"며 "기본적으로 산은, 수은을 없애지 않으면 관치 금융이 없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정부 육성은 옛말 "역주행하지 말라"

박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역주행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4차 산업혁명을 과거 중화학산업 육성정책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정부가 키우겠다고 나설 경우 창조경제, 녹색성장 등 지난 정부가 실패했던 것들을 또다시 범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정부 주도로 4차 산업혁명을 끌고 가려는 생각은 관료들의 사고이며, 이는 한국을 1990년대 스타일로 되돌리려는 '역주행'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누가, 무엇이,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성공할지 먼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을 육성하겠다고 하는데 이것이야말로 모순이다"며 "경쟁 환경을 만들어야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혁신형 경제로 나아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박정희 체제가 더 이상 작동이 안 되는데 자꾸 박정희로 돌아가자고 외치는 것은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한 것이다"며 "4차 산업혁명에서 문재인 정부가 이 같은 퇴행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혁신을 위해서는 약자의 재산권 보호가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혁신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 약자의 재산권 보호가 이뤄지면 혁신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긴다. 경쟁할 기회가 없는 상태를 바꿔주지 않으면 혁신이 일어날 수 없다"며 "재벌들은 중요하거나 돈이 될 만한 것들을 내부에서 거래하기 때문에 반드시 개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일자리 창출이 신생 기업, 중소·중견 기업 중심으로 일어나야만 산업구조가 고도화되고 성장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정부가 자기들이 성과를 내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 '박정희 함정'에 빠지기 쉽지만 이는 지금 시대의 사고와 맞지 않는다"며 "박정희 체제가 한계가 있다고 하면서 이렇게 하는 건 박정희 체제가 뭔지를 모르는 사람들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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