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창익 기자 = 문재인 정부 출범 40일만에 첫 번째 부동산대책이 나왔다.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 재건축과 강북 도심 새아파트 등 국지적 과열 대상의 수요 억제를 골자로 한 일명 '6·19 부동산대책'이다. 주택 가격을 교란하는 특정 지역의 수요를 잡아 전체 주택시장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전술이다. 정부가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이처럼 발빠르게 대응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일단 고무적이다. 하지만 몇가지 오류가 남는다.
첫 째 뜸들일 시간이 없어서 설익었고, 둘째 그래서 땜질 처방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셋째는 참여정부 시절 이같은 오류를 이미 겪었다는 기시감이 든다는 점이다.
정부는 현재 주택시장 상황을 저금리로 풀린 풍부한 유동성이 강남4구 재건축과 강북 일부 새 아파트로 몰리면서 국지적 급등 양상을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도 광명, 부산 기장군과 진구 등 일부 지방도 청약과열 등 주택 시장이 교란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실제 서울 아파트값 주간상승률은 5월 마지막주와 6월 첫째주를 거치며 2009년 8월 이후 최대치로 치솟았다.
진단에서 처방전을 쓰기까지 한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보통 부동산대책을 만들기 전 정부 실무자와 업계 전문가들이 수차례 간담회 자리 등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는 데 이번엔 생략됐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장관 자리가 공석인 상황에서 부동산 종합대책이란 게 급조됐다. 우리 정부가 사람이 아닌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단계로 진화해서 그렇다면 좋겠는데 , 글쎄.
선별적 지역에 대한 LTV·DTI 강화 등 금융규제에 집중된 점을 감안할 때 이번 대책은 기획재정부 주도로 만들어졌다. 부처간 실무자들이 얼마나 머리를 맞댔는지 모르지만 시장과 전혀 소통하지 않은 국토부 실무자가 기재부 실무자와 탁상에 앉았던 것에 불과하다. 국토부에선 주택시장 안정화를 고민하는 데 기재부에선 가계부채 해결이란 딴 꿈을 꾸었을 수도 있다.
선별적 대책이란 처방전은 국지적 과열이란 진단서의 키워드를 차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시장 과열이 국지적이라고 처방이 선별적이어야 한다는 건 지극히 단편적 사고의 결과물이다.
정부도 일부 지역 주택시장 과열의 근본 배경이 풍부한 시중의 유동자금이라는 것을 안다. 막대한 유동자금이 레버리지가 돼 강남 재건축과 강북 도심 새 아파트에 대한 투자수요를 자극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해당지역으로 흘러가는 돈줄을 죄는 것은 상수원 물이 제방을 흘러넘치는데 수도꼭지 몇 개 잠근 것에 불과하다. 미국과 기준금리 역전이 우려되자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는 상황에서 상수도 수위 조절은 보다 신중해야 할 문제이긴 하다.
완벽한 대책을 내놓기 위해 시간을 끌다 타이밍을 놓치느니 일단 설익은 밥이라도 밥상에 내놓자는 절박감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10억원이 넘는 강남 고가 주택을 사는 사람들이 대출 문턱을 높였다고 막대한 시세차익 가능성을 포기할 지도 의문이다.
공공주택 공급확대 등 공급대책이 빠진 것은 결정적이다. 보유세 인상 등 세금 대책과 함께 공급대책이 후속으로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공급대책은 적어도 2~3년의 시차를 두고 효과가 나온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서둘렀어야 할 문제다. 문재인 정부의 브레인들은 이미 참여정부 시절 공급대책이 빠진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이 무효였음을 알고 있다. 역사가 답습될 뿐 학습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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