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가 핵심 거점인 중동에서 밀려날 위기에 처하자 동남아시아를 눈독 들이고 있다. IS는 필리핀을 지목해 공격을 선동하고 있고 계엄령이 내려진 필리핀 마라위로 IS 전투원들이 유입되면서 IS 추종 반군 소탕전도 장기화되는 모습이다.
지난달 23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마라위 점령 소식을 들은 직후 민다나오 섬 전체에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민간인 희생을 무릅쓰고서도 반군을 몰살하겠다고 약속했다. 필리핀 정부군은 독립기념일인 12일(현지시간)까지 마라위를 점령한 IS 추종 반군에 대한 소탕전을 완료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여전히 현지 IS 추종반군인 마우테가 마라위의 20%를 점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군과 정부군 간 치열한 교전이 이어지면서 정부군 전사자 수는 이미 60명에 육박했다. 반군은 200명 이상 사망했고 민간인도 수십 명 희생됐다.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예멘, 사우디아라비아 등지에서 IS 추종 전투원들이 마라위로 몰려들고 있어 전투가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한다. 이에 미국도 나서서 필리핀 정부군에 기술 및 정보를 지원하기로 했다.
IS는 최근 노골적으로 필리핀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지난주 IS는 선전매체를 통해 마우테 조직원들을 소개하는가 하면 이번 달 초 37명의 목숨을 앗아간 마닐라 카지노 방화의 배후를 자처하기도 했다. 그러나 필리핀 수사당국은 도박 중독자의 소행으로 결론지었다. 13일(현지시간)에는 IS 대변인이 필리핀을 지목해 추가 공격을 지시하고 마라위 점령을 칭송하는 내용을 담은 음성이 유통됐다고 WSJ는 전했다.
IS가 다급히 다른 거처를 찾는 것은 시리아와 이라크를 중심으로 한 거점에서 밀려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은 IS 퇴치전에서 말살전으로 전략을 바꾸면서 시리아 락까에서 IS 소탕을 위해 공세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라크 정부군 역시 모술 탈환전의 막바지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IS 세력의 동진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시드니 존스 동남아 테러 전문가는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즈(FT)와의 인터뷰에서 “동남아에서 전투원을 모집하는 대규모 움직임이 관찰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IS가 동남아를 노리는 배경으로 “동남아는 △비국가 행위자들이 영토 일부를 통제하고 △무기가 쉽게 조달되며 △수많은 반군들이 존재하고 △많은 이들이 이미 전투를 통해 훈련이 됐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아시아는 중동보다 무슬림 인구가 더 많다고 FT는 지적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무슬림 인구가 2억5000만 명으로 숫자로만 보면 세계 최대 이슬람국이다. 인도네시아 역시 최근 아체 주에서 동성애 커플에 태형을 내리는가하면 자카르타에서는 이슬람 강경파 주지사가 선출되는 등 급진 이슬람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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