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과 백, 두드림의 예술…'탁본'으로 보는 세계 불교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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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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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오는 25일부터 탁본전 개최

  • 한중일 국보, 앙코르와트 등 보기 드문 탁본 50여 점 전시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벽화 탁본 [사진=고판화박물관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비석이나 돌에 새겨진 불상·불화의 탁본(拓本)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박물관(관장 한선학)은 오는 25일부터 10월 15일까지 2018 평창동계올림픽 특별전인 '흑과 백 두드림의 예술 - 세계 불교미술탁본전'을 개최한다. 문화재청 생생문화재사업 일환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한·중·일 국보를 비롯해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인도네시아 보로부두르 등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탁본 50여 점을 선보인다. 

탁본은 대상물의 표면 무늬와 글, 조각 등을 확인하기 위해 표면에 종이를 붙이고 먹을 치는 기법으로, 비석이나 고동기(古銅器, 구리로 만든 옛날 그릇)에 새겨진 역사적 기록들을 연구하는 금석학에서 주로 사용됐으며, 불상·비석 등에 새겨진 석각 선화들을 표현하는 수단으로도 쓰였다.

한·중·일 세 나라에선 마애불의 불상이나 비석에 새겨진 불화는 물론이고 석탑·부도탑·범종 등의 문양을 탁본으로 많이 남겼는데, 중국의 경우 탁본이 미술의 한 분야로 어엿하게 자리잡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불교미술 연구의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운강석굴 교각여래상 탁본 [사진=고판화박물관 제공]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중국 허난성 용문석굴 가운데 가장 오래된 고양동 석굴의 대형 마애불 탁본은 2미터에 달하는 크기와 마치 한 폭의 불화를 보는 듯한 생동감으로 시선을 붙잡는다. 산시성에 있는 운강석굴의 교각 불상 탁본과 삭가일대기 탁본, 북위 시대 조성된 미륵교각상 불탄생도와 본생담 탁본 등도 불교미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한선학 관장은 "고양동 석굴 벽면에 새겨진 마애불 탁본과 청나라 강희대제 시대 제작된 대비보살 불두 탁본은 완벽한 상태로 나타나 불교미술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금나라 달마상부터 명나라 소림사 주사 달마상, 청나라 16아라한(성인의 경지에 이른 16명의 불제자) 탁본 등 시대별 불교미술 사조를 웅변하고 있는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일본 평등원범종 비천상 탁본 [사진=고판화박물관 제공]


일본 작품으로는 국보인 나라 약사사의 탑 수연의 비천상을 비롯해 지옥혈 석굴의 대형 아미타열불, 동대사 보살상, 대형 해수관음 불화 등의 탁본을 전시한다.  

우리나라 국보53·54호로 각각 지정된 연곡사 동부도탑과 북부도탑의 사천왕·팔부중·가릉빈가 탁본, 석굴암의 십일면관음과 문수보현보살의 모형을 탁본한 작품도 주목할 만하며,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보살상과 벽화 탁본, 인도네시아 보로부두르 불교사원의 탁본도 이채롭다.

한 관장은 "세계문화유산의 탁본은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다"며 "그런 만큼 이번에 전시하는 희귀 탁본들은 미술사 연구의 좋은 자료가 되고 있으며, 관람객들은 동양 문화의 진수인 불교미술을 탁본이라는 새로운 도구를 통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판화박물관은 전시와 연계해 매달 1박2일 과정의 '세계불교미술과 함께하는 템플스테이'도 진행할 예정이다. 
 

연곡사 동부도탑 탁본(부분) [사진=고판화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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