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현상철 기자 =정부의 면세자 축소 필요성 제기에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사실상 유리지갑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증세라는 점에서 사회적 공감대 확산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감대가 충분히 조성되지 않는다면, 2013년 박근혜 정부의 세제개편으로 촉발된 ‘2015년 연말정산 대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0일 ‘소득세 공제제도 개선방안’ 공청회에서 근로소득자 면세자 비중 축소를 위해 근로소득공제 축소, 세액공제 종합한도 설정, 표준세액공제 축소 등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근로소득자 비중은 2013년 31%에서 2015년 46.5%로 급증했다. 국민개세주의에 위반되고, 소득세 정책결정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면세자에 대한 공제 축소 등을 통해 세금을 매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김갑순 한국납세자연합회 명예회장은 “정부가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해서 세수증가 효과가 있었고, 면세자도 늘었다”며 “그런데 이제 와서 면세자가 많다고 일정 소득계층에 세금을 늘린다는 것은 또 다른 편법 증세”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이상적인 면세자 비중이 존재하느냐”며 “30%대가 이상적이라면 다시 소득공제로 되돌리면 된다. 지금 와서 면세자 비중이 높다고 일부 소득계층에 부담을 전가시키는 것은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종규 한국재정학회 회장은 “오히려 고소득자 중에서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자가 있다는 게 이상하다”며 “이들 면세자를 모두 줄이고 6000만원 이하 근로자 중 면세자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2015년 연말정산 대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런 방안을 추진하면 반발이 심할 것”이라며 “경제여건은 안 보고 조세논리만 보고 돌진했다 참패한 사례”라며 사회적 공감대 확산이 우선돼야 함을 강조했다.
면세자의 축소는 중장기적으로 필요하지만, 후순위로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근로자들의 소득이 자연스럽게 증가해 면세자 구간을 탈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근로자의 임금 상승과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면세자 축소는 소득개편 순위에서 후순위로 밀려나야 한다는 게 기본 전제”라며 “가장 최선의 방법은 자연임금 상승을 통한 면세자 축소인데, 소득을 늘려 면세자에서 탈출하고, 중산층을 두텁게 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면세자 비중이 높다는 문제의식을 제시한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그러나 문제 제시와 해결은 다르게 봐야 한다. 면세자는 고소득자가 아닌 중산‧저소득층”이라고 지적했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면세자 축소는 필요하지만, 금융소득 등 자본소득과세를 선행하지 않고 근로소득에 대한 실효세율만 얘기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임금근로자 소득을 증대시켜 나가는 노동시장 개편이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저소득층이 과세자로 흡수되는 변화가 필요하다. 최저임금, 비정규직 문제도 이와 관련해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석 참여연대 실행위원은 “전체적인 공제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며 “구조적으로 공제만 축소하는 것보다 인적공제와 연계하는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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