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지난달 국제사회의 관심이 중국으로 집중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는 상황에서 중국 주도의 일대일로(육·해상실크로드) 정상포럼이 베이징에서 개막한 것이다. 중국은 경제 세계화를 내세웠고 29개국 국제기구 수장 등 130여 개국 1500명의 각계인사가 집결했다.
이처럼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 국제적 위상 확대, 각 분야 시장 확장 등과 함께 대규모 포럼, 정상회의, 박람회 등 각종 행사가 잇따르고 있다. 오는 9월 초에는 브릭스 정상회의가 중국 남부 푸젠성 샤먼에서 개최된다. 1985년부터 2년마다 개최되는 상하이모터쇼, 1990년부터 역시 2년마다 열리는 베이징 모터쇼는 이미 세계적 위상을 갖췄다.
지난해에는 중국 항저우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렸고 국제전시산업협회(UFI)가 중국 상하이에 개별 국가로는 최초로 지사를 설립해 컨벤션 시장에서 달라진 중국의 위상을 확실히 보여주기도 했다.
대개의 경우 중국이 어떤 포럼, 국제회의, 박람회를 개최했고 얼마나 많은 기업이 참여했는지에 시장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다. 이러한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컨벤션 산업이 얼마나 성숙했고 규모가 커졌고 또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지는 놓치기 십상이다. 컨벤션 산업은 관광, 부동산과 함께 ‘굴뚝없는 3대 산업’ 중 하나로 자신은 물론 다른 산업의 발전을 돕는다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일반적으로 ‘1대 9’ 라는 개념으로 컨벤션 경제를 설명한다. 박람회나 국내외 회의 등의 개최를 통해 컨벤션 산업이 얻을 수 있는 효익이 1이라면 다른 산업이나 분야에 가져다주는 이익은 9에 달한다는 의미다. 스스로 성장하는 동시에 기업과 산업, 다양한 분야의 성장을 돕고 이를 통해 전체 경제의 발전을 이끌고 있는 ‘뜨는 산업’의 ‘뜨는 국가’에서의 과거와 현재, 나아갈 방향에 대해 살펴보자.
◇ 재래시장에서 시작해 세계 최대규모, 초고속 성장 中
중국의 고속 성장, 개방, 해외진출 등의 흐름을 타고 중국 컨벤션 산업도 그야말로 괄목상대할 변화를 일궈냈다.
특히 산업 발전을 돕는 수출, 산업 박람회, 전시회 등이 중국 컨벤션 산업의 주를 이루고 있다. 유럽과 마찬가지로 현재의 중국 상품박람회는 전통시장에서 시작됐다.
시장 형태로의 컨벤션 산업의 시작은 19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청나라 말과 중화민국 초기 상당한 규모에 현대적 특징을 보이는 무역 관련 박람회가 수 차례 열리기도 했다. 상하이의 ‘중화국산제품박람회’, 항저우의 ‘시후(西湖) 박람회’ 등이 대표적이다.
항일전쟁 시기에도 경제발전을 촉진하는 동시에 중국인의 사기를 북돋고 일본의 침략 전쟁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각종 박람회가 열렸다. 하지만 신중국이 등장하고 계획경제가 시작되면서 경제·무역 관련 박람회는 종적을 감췄다. 발을 딛고 성장할 토양이 사라져 버린 때문이다.
개혁개방이 시작되고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자리잡은 뒤에야 다시 다양한 분야의 박람회가 시작됐고 굳게 닫혔던 문이 열리면서 그 범위도 세계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각종 국제회의, 전시회 개최가 늘어나고 중국의 컨벤션 산업 발전에도 속도가 붙었다.
즈옌(智硏)컨설팅이 발표한 ‘2016~2022 중국 컨벤션 시장연구 및 투자전망 예측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중국 컨벤션 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20%를 웃돈다.
특히 중국 경제총량이 커지고 수출입 규모도 막대해지면서 박람회의 경우 개최 한 번으로 벌어들이는 수익만 100억 위안을 넘어섰다. 관광·식음료·교통·엔터테인먼트·전자제품 등 다른 산업 발전을 촉진해 창출하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수천억 위안에 육박한다.
2008년 중국 컨벤션 산업 시장규모는 1817억 위안, 2011년에는 3000억 위안을 넘어섰으며 지난해에는 5000억 위안에 육박했다. 산업 박람회 비중이 컨벤션 산업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박람회, 국제회의 등 각종 행사 개최 건수는 2008년 4490건에서 2014년 8009건, 지난해는 1만건을 웃돌았다. 행사를 위해 사용된 면적도 1517만㎡에서 1억277만㎡로 10배 가량 늘었다.
시장이 커지고 박람회, 국제회의 등의 개최 건수가 늘어나면서 필요한 공간과 시설을 갖춘 컨벤션센터도 늘었다. 중국 대표 컨벤션 센터에는 캔턴페어(수출입상품교역박람회)가 열리는 광저우의 중국수출입상품교역컨벤션센터, 상하이 신국제컨벤션센터(SNIEC), 베이징의 중국국가회의센터, 홍콩컨벤션센터, 선전컨벤션센터 등이 있다.
산업 박람회의 경우 지난해에만 120개 업종 관련 박람회가 열렸다. 빈도수가 가장 많았던 것은 모터쇼로 전체의 10%를 차지했다. 2016년 중국에서만 무려 900여 차례 모터쇼가 열렸다. 국제회의 ,박람회, 전시회 등 각종 행사의 주체는 협회, 기업, 정부기관 등 다양했다. 가장 많은 행사를 유치한 컨벤션센터는 베이징의 국가회의센터로 행사장 이용률이 81%에 육박했다. 5일 중에 4일은 행사가 열렸다는 의미다.
다만, 관련 기업의 성장세는 미약한 편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제회의의 경우 중앙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해외 컨벤션 업체의 외주 비중이 상당히 높다.
◇ 정책지원으로 쑥쑥…’서쪽으로’, ‘융합발전’, ‘인터넷플러스’
중국 상무부가 지난 5월 말 공개한 ‘2016 중국 컨벤션 산업 발전 통계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서 개최되는 각종 행사 건수와 이용 면적은 이미 세계 1위 수준이다. 경제·사회에 상당한 효용을 창출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 발전을 촉진하는데 컨벤션 산업이 큰 몫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당국의 정책적 지원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컨벤션경제연구회가 지난달 말 공개한 '2016 전국 컨벤션 산업 정책·법규 백서’에 따르면 최근 중국 컨벤션 육성 관련 정책은 크게 3가지 특징을 보이고 있다.
우선 중서부 지방정부가 관련 정책과 지원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이는 중국의 컨벤션 산업이 경제적으로 발전된 동남부 지역에서 중서부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는 의미다.
둘째는 각 분야 산업정책과의 융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각지 정부 당국은 국무원이 내놓은 ‘컨벤션 산업 개혁·발전에 관한 의견’을 바탕으로 서비스무역, 가공무역, 지적재산권 등 다양한 분야와 연관된 육성 정책을 내놓고 있다. 문화, 관광, 스포츠 등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산업 발전을 촉진하는데도 컨벤션 산업을 활용하고 동시에 컨벤션 산업 발전을 꾀하고 있다.
마지막은 중국 당국의 ‘인터넷 플러스’ 정책에 맞춰 인터넷화, 정보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첨단 IT 기술을 활용해 산업 발전을 모색하고 있는 것. 이는 중국 컨벤션 산업의 발전 방향이자 미래를 보여주는 것으로 특히 주목된다.
인터넷플러스는 2015년 3월 등장한 개념으로 모바일 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IT기술을 각종 산업에 활용해 중국 IT 기업의 빠른 성장과 해외진출을 돕고 동시에 기존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인터넷을 플러스(+)할 대상은 무궁무진하다. 컨벤션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각종 회의, 포럼, 박람회 등과 관련된 정보는 많은데 반해 개최 시간이 짧다는 단점을 해결하는데 IT 기술이 기여하고 있다.
특히 각종 제품과 기업이 참여하는 산업박람회의 경우 이러한 단점이 두드러진다. 이에 최근에는 모바일 인터넷 등을 이용해 스마트폰만 있으면 쉽고 빠르게 해당 제품과 기업의 정보를 검색할 수 있도록 해 설명이나 이해를 위해 소모되는 시간을 줄이고 있다.
또, 현장에서 계약하지 못한 제품을 박람회가 끝난 이후에도 검색해 거래하고 업체와 소통할 수 있는 O2O(온·오프라인 통합) 플랫폼도 등장하는 추세다.
이미 시장은 형성됐고 산업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국제적 위상, 영향력, 산업 경쟁력, 경제력도 막강해지고 있다. 시장은 중국에서 세계로 넓어졌고 인터넷 기술은 거리와 공간의 제약을 무너뜨려 새로운 컨벤션 시장이 싹틀 수 있는 토양을 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컨벤션 산업이 당분간 최근의 고속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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