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애플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가 중국에 진출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중국산(産) 페이에 밀려 힘을 못 쓰고 있다.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이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애플페이의 영향력은 미미한 실정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애플페이의 점유율은 4%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반해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의 비중은 90%로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리서치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중국의 모바일 결제 시장 규모는 5조5000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애플에게 놓칠 수 없는 곳이다. 중국의 시장 규모는 미국(1조1200억 달러)의 50배에 달한다.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알리바바 그룹 계열사 앤트파이낸셜은 지난 5월 미국 결제 서비스 회사인 퍼스트데이터와 제휴를 맺었다. 이에 미국에서 400만개가 넘는 상점에서 알리페이를 이용한 결제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이는 450만개의 오프라인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는 애플페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위챗페이를 서비스하는 텐센트 역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인 시트콘(Citcon)과 협업 관계를 구축하고 자사의 메시지 앱 위챗 이용자들이 미국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상황이 이렇자 애플은 중국의 경쟁자들의 맞서 애플페이를 개선하고 있다. 애플은 오는 9월 이후 출시할 예정인 새로운 운영체제 'iOS 11'에서 P2P(개인대 개인) 송금과 QR코드 읽기 기능을 도입하는 등 애플페이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는 미국 페이팔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벤모의 송금 기능과 월마트페이 같은 QR코드 방식을 도입한 것이지만 한편으로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중국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쫓아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애플페이는 그동안 NFC(근거리무선통신) 방식으로만 서비스해 왔다. 이로 인해 NFC 리더기가 설치된 곳에서만 이용이 가능했기 때문에 관련 장치 보급률이 낮은 중국에서는 서비스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는 QR코드만 있으면 길거리에서 결제가 가능하다. 스마트폰 앱으로 점포에 부착돼 있는 QR코드만 읽으면 손쉽게 결제할 수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대형 유통업체 이외에 재래시장, 노점상뿐만 아니라 결혼식과 같은 행사에서도 QR코드를 이용해 결제 및 송금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등 중국의 간편결제 앱들은 QR코드 방식을 도입했기 때문에 빠르게 확산될 수 있었다"면서 "반면 미국이나 한국은 보안에 더 신경을 쓰다보니 다양한 방식의 결제 서비스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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